[28th BIFF]故윤정희 공로상…딸 백진희 "母 삶, '시' 같았다"

배우 고(故) 윤정희. 연합뉴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는 1960년대 여성 영화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끈 주역이자 시대를 가로지르며 한국 영화를 대표했던 배우 고(故) 윤정희가 받았다.
 
한국영화공로상은 한국 영화를 국제 영화계에 널리 소개하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는 원숙한 연기로 매 작품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며 한국 영화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고 윤정희 배우를 선정했다.
 
고인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로서 1960년대에 데뷔하여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강대진 감독의 '청춘극장'(1966)으로 데뷔한 윤정희는 이후 유현목, 김수용, 신상옥 등 당대 한국의 대표적인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50여 년간 현역 배우로 활동하며 영화 '안개'(1967) '장군의 수염'(1968) '야행'(1977) '만무방'(1994) '시'(2010) 등 3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고인은 국내외 영화제를 오가며 총 29개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1995년 국내 배우 최초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으며, 2010 카이로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또한 한국 배우 최초 2011 전미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2위에 선정됐으며, 2011 프랑스문예공로훈장 오피시에를 수훈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투병 중이던 윤정희는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2021년 윤정희의 남편이자 피아니스트인 백건우는 몇 년 전부터 윤정희의 건강이 빠르게 빠르게 악화되자 딸 백진희씨 바로 옆집에 머물며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영화 '시'에서 양미자 역을 연기한 배우 윤정희. NEW 제공
시상자로 나선 이창동 감독은 "한국 영화의 수많은 별이 있지만, 윤정희 선생은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이었다"며 "10대 때부터 내 마음의 별이었던 윤 선생과 함께 영화 '시'를 찍었던 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한국영화공로상이란 영광스러운 상을 따님인 백진희씨에게 드리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윤 선생께서 병을 얻고 올 1월에 돌아가실 때까지 10여 년의 시간 동안 진희씨가 얼마나 지극한 정성으로 엄마를 돌봤는지, 그러면서도 겪지 않아야 할 마음고생을 얼마나 겪었는지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드리는 영광스러운 상이 따님에게 위로가 되고,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신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는 윤 선생께도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윤정희의 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백진희씨는 무대에 올라 "내가 어렸을 때인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때 부모님과 함께 영화제의 탄생을 축하하며 행복해했던 일이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며 "그 오랫동안 여러분들은 변함없이 영화배우 윤정희를 사랑해 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우리 어머니는 매일의 생활 속에서도 환상 세계와 현실의 만남을 겪으셨다. 마치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의 주인공 미자 같이"라며 "지난 십여 년은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영화 '시와 '여러분의 이런 애정이 멀리 있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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