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정구) 남녀 단체전 4강전이 열린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이날 한국 대표팀은 종주국 일본에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남자가 금메달, 여자가 은메달을 따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그래도 대표팀은 분위기를 다잡고 개인전인 남녀 단식과 혼합 복식이 남은 만큼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팀 주장 이현수(달성군청)가 후배들과 함께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 발언으로 대표팀이 발칵 뒤집혔다. 이현수는 이날 경기에 대한 소감은 물론 최근 대표팀 감독 공모와 교체 등과 관련한 소신 발언도 내놨는데 후자가 특히 부각된 기사가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현수는 일단 "모두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선수들을 잘 뒷받침해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형욱(순창군청)과 김태민(수원시청) 등도 패배를 인정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후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현수는 "아시안게임 직전 지도자 공고를 낸 부분은 팀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며 "항저우에 오기 전에 벌써 다음 대회 지도자에 대한 공고가 나왔고 확정이 됐는데 어느 정도 설명은 들었지만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로서 개의치 않고 열심히 훈련하려고 했지만 단체전 결과가 좋지 않아 더 아쉽다"고 덧붙였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는 지난 8월 차기 대표팀 감독에 대한 모집 공고를 냈다. 한 달 공모 기간을 거쳐 최근 경기력향상위원회 면접 등을 거쳐 지난달 새 사령탑이 낙점됐다. 다만 대한체육회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아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현수를 비롯한 선수들은 이런 협회 행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이현수의 발언이 부각된 기사가 보도되면서 항저우 현장은 혼란스러워졌다. 대회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기사가 나간 데다 현 대표팀 사령탑은 물론 차기 감독들까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항저우에 와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독 공모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오해도 깔려 있던 터였다.
협회 관계자는 "현 사령탑의 임기는 당초 지난해까지였다"면서 "그러나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대회까지는 임기를 연장해주는 차원에서 기회를 한번 더 준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 감독들의 임기가 10월까지인데 당장 대표팀은 12월 대만 펑린컵을 위해 11월부터 훈련을 해야 한다"면서 "체육회 규정에 감독 공모 기간은 한 달이 돼야 하기에 11월부터 새 감독이 훈련을 진행하려면 8월에 공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런 행정적 상황들을 선수들은 잘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협회는 일단 해당 기사와 관련해 사태를 키우지 않기로 했다. 개인전이 남은 만큼 선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협회 정인선 회장은 4강전 뒤 훈련 중인 선수단을 찾아 "단체전은 끝났으니 개인전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에 이현수는 "미안합니다, 개인전에서 더 잘하도록 하겠습니다"고 화답했다.
해당 기사의 파장에 대해 본인이 더 놀란 눈치였다. 이현수는 "사실 단체전 4강 탈락에 대해 선수들이 책임을 절감한다는 게 주요한 인터뷰 내용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물론 훈련을 하면서 감독이 교체된다는 소식을 들어 아쉬움을 느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패배의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고 개인전에서 더 잘하겠다는 의도를 더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현수는 "개인전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내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현 대표팀 감독들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서규재 남자팀 감독(인천시체육회)과 유영동 여자팀 감독(NH농협은행)은 "오늘 단체전에서 졌는데 기사까지 나왔다"면서 "그러나 선수들과 함께 흔들리지 않고 개인전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프트테니스는 이날 단체전을 마치고 개인전에 돌입한다. 5일 혼합 복식에 이어 6, 7일 남녀 단식이 펼쳐진다. 과연 소프트테니스가 잇딴 악재를 극복하고 아시안게임 효자 종목의 위상을 되찾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