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신유빈 (탁구 선수 /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추석 연휴 내내 항저우에서 즐거운 소식들이 전해졌습니다. 특히 엊그제 밤에는 한국 탁구 여자복식에 출전한 전지희, 신유빈 조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요. 놀랍게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탁구가 금메달을 딴 게 무려 21년 만이라는군요. 21년 만에 금을 19살, 31살의 여자 복식조가 해낸 겁니다. 그중에서도 여자 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까지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딴 선수가 있죠. 바로 19살 신유빈 선수. 참 이렇게 장한 일을 해냈네요. 손목 부상으로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는데, 그동안의 고생을 다 털어내고 정말 당당하게 돌아온 오늘 화제의 인터뷰 국민 삐약이 신유빈 선수 연결해보겠습니다. 중국 현지 전화로 연결하죠. 신유빈 선수 안녕하세요.
◆ 신유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웃음)축하합니다!
◆ 신유빈> (웃음)감사합니다.
◇ 김현정> 얼마나 좋아요?
◆ 신유빈> 아직 실감이 좀 안 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지금 금메달 따고 하룻밤 자고 이제 이틀 밤 지났는데도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 신유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느라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봐요.
◇ 김현정> 우리 신유빈 선수가 아시안게임의 경기는 다 끝냈는데 또 다른 대회에 출전하느라고, WTT 컨텐더 대회에 출전하느라고 지금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비행기 타고 이동을 했다고요?
◆ 신유빈> 네.
◇ 김현정> 그러면 뭐 금메달의 그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또 다른 경기 준비하는 거예요?
◆ 신유빈> (웃음)또 준비해야 돼요.
◇ 김현정> (웃음)지금 우리 신유빈, 전지희 조가 금메달 따고 나서 한국에서 한바탕 난리 난 것도 잘 모르세요?
◆ 신유빈> 네, 중국에 있어가지고. 그냥 축하 문자는 많이 받았어요.
◇ 김현정> 친구들, 가족들한테 축하 문자 많이 받았어요?
◆ 신유빈> 네, 많은 축하를 해주셔가지고 너무 감사합니다.
◇ 김현정> 금메달 따고 나서 세리머니를 하는데 이게 무슨 광고 CF 같았습니다. 너무나 상큼한데, 미리 준비를 한 거예요?
◆ 신유빈> (웃음)일단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면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는데 그전 연습할 때부터 언니랑 우리 꼭 이기면 세리머니 하자라고 하고 들어가서.
◇ 김현정> 미리 준비를 한 거구나, 그 무슨 뜻입니까? 저는 무슨 화살 이렇게 당기는 모습 같기도 하고 그렇게 보였는데 그게 어떤 뜻이 담긴 거예요?
◆ 신유빈> 그냥 의미는 없고 그냥 생각난 거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웃음)생각나는 대로 하는 거. 생각나는 대로 한 거 치고는 굉장히 준비한 것처럼 상큼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내내 밝게 웃던 우리 신유빈 선수가 석은미 코치님을 만나고 붙잡고는 좀 눈물을 흘렸던 것 같은데 저도 찡하던데, 왜 그러셨어요?
◆ 신유빈> 그거 다 코치님이 우셔가지고 우는 모습 보니까 같이 울게 된 것 같았어요.
◇ 김현정> 석 코치님이 선수 시절에 딴 금이 그게 21년 전 금인 거죠?
◆ 신유빈> 네,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세상에. 아니, 21년 동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이제 금이 없었던 건데. 사실 이번 결승 무대에 오르기 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좀 부담되지 않았어요?
◆ 신유빈> 부담은 없었던 것 같은데 결승하기 전에 석은미 코치님 우승하시고 찍힌 사진을 제가 봤거든요.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어떻게 경기에 오르기 전에 결승 무대에 오르기 전에 그 21년 전 금메달 딴 코치님 사진을 보게 됐어요?
◆ 신유빈> (웃음)그냥 힘 주겠다고 하시면서 다른 분이 보내주셔가지고.
◇ 김현정> 야, 세상에. 이게 파이팅의 기운이 전해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결승에서 붙은 북한 선수들은 사실 실력 노출이 거의 안 된 팀이었는데, 실제로 실력이 어땠습니까?
◆ 신유빈> 실력 되게 좋은 선수들이었고 기본기도 탄탄했다고 저는 느꼈어요.
◇ 김현정> 시상대에 오른 후에 북한 선수들한테 올라오라고 해서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어요.
◆ 신유빈> (웃음)네, 정신이 없어가지고. 그때 상황은 잘 모르겠는데. 사진 찍힌 거 보니까 잘 찍혀가지고.
◇ 김현정> 정말 잘했습니다. 우리 신유빈 선수. 근데 짝꿍 전지희 선수하고는 무려 12살 차이 띠동갑이라면서요?
◆ 신유빈> 네.
◇ 김현정> 전지희 선수는 중국에서 청소년 대표로 뛰다가 2008년에 한국으로 와서 아예 한국으로 귀화를 한 선수인데. 그럼 복식 파트너로 짝을 맞춘 지는 얼마나 된 거예요?
◆ 신유빈> 언니랑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한 3~4년은 더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3~4년. 열다섯, 열여섯 중학생 때 만난 거예요?
◆ 신유빈> 네. 저 중학생 때 처음 해봤어요.
◇ 김현정> 세상에.
◆ 신유빈> 처음에, 근데 언니가 워낙 실력이 좋아서 저는 언니 많이 따라갔었어요.
◇ 김현정> 워낙 실력이 좋아서. 어떻게 친해졌어요? 둘이.
◆ 신유빈> 그냥 매번 시합 같이 나가고. 시합이 너무 많아서 모든 선수 같이 대표팀원들이랑 다니다 보니까 계속 많이 붙어 있어요.
◇ 김현정> 그래요. 우리 전지희 선수, 신유빈 선수 이 복식조가 지금 세계 랭킹도 1위입니다. 얼마나 연습을 하면 여러분 정상에 올랐겠습니까? 특히 우리 유빈 양이 대단한 건, 2021년에 손목 피로 골절 판정받고 그때 세계선수권 기권을 했죠.
◆ 신유빈>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렇죠. 그리고 그 수술이 지난해 9월까지도 이어졌다면서요?
◆ 신유빈> 네.
◇ 김현정> 그 시간 동안에는 어떤 심경이었어요?
◆ 신유빈> 그냥 많이 힘들었고 극복한다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었어요.
◇ 김현정> 시간이 흐르기를. 어떻게 이겨냈어요? 그 시간들을.
◆ 신유빈> 일단 옆에서 제가 아무것도 하지도 못했는데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너무 많았고 가족들도 그렇고 코치님들도 그랬고 팬분들도 많이 응원해 주신다고. 그 응원해 주시는 거 하나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팬도. 가장 힘이 됐던 응원의 말 기억나는 게 있습니까?
◆ 신유빈> 그거는 가족이..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천천히 회복 잘 하라고 해주셨어요.
◇ 김현정> 혹시라도 내가 이러다가 라켓을 영영 못 잡는 건 아니야, 뭐 이런 두려움도 좀 있었어요?
◆ 신유빈> 네, 제가 계속 손목 부상이 재발해가지고 마지막 낫기 전에는 그만둬야 되나라는 생각도 했었고 많이 무섭기도 했었어요.
◇ 김현정> 이걸 그만둬야 되나라는 생각까지. 탁구 선수 신유빈 선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참 장합니다. 근데 여러분 신유빈 선수의 첫 데뷔 무대가 탁구 대회가 아니었던 거 아십니까? 사실 첫 데뷔는 14년 전에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이더라고요. 5살짜리 어린이가 쭈쭈바를 물고 나와가지고는 탁구를 치는데 같이 출연했던 그 현정화 감독 공을 다 받아내더라고요. 그 기억이 나세요? 신유빈 선수.
◆ 신유빈> (웃음)네, 저는 기억이 나요.
◇ 김현정> 기억이. 그때 쭈쭈바는 이제 본인이 물고 나온 거예요 아니면 제작진이 가지고 나가라고 한 거예요?
◆ 신유빈> 쥐어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제작진이 쥐어주시면서(웃음). 그때 현정화 감독이 우리 신유빈 어린이한테 뭐라고 했냐면. 이대로만 잘 크면 나라를 빛낼 선수가 되겠다. 그런 말을 해줬는데 그것도 혹시 기억나요?
◆ 신유빈> 네, 그것도 기억이 나요.
◇ 김현정> 그 현정화 감독님이 이번에 해설하다가 우셨어요. 그거 아세요?
◆ 신유빈> 정말요?
◇ 김현정> 네, 우셨어요. 석은미 코치하고 우리 신유빈, 전지희 선수가 얼싸안고 이렇게 눈물 흘리는 거 보면서 현정화 해설위원이 우시더라고요. 현정화 선배님한테 현정화 감독님한테도 한 말씀하시겠어요, 지금.
◆ 신유빈> 네, 현정화 감독님 더 열심히 해서 나라를 빛낼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지금도 빛냈는데 더 빛낼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고.. 유빈 선수가 처음에 어떻게 탁구채를 잡았나 봤더니 아버지가 탁구장을 하셨네요?
◆ 신유빈> 네, 이제 아버지가 레슨을 하시니까 저는 이제 아빠랑 놀고 싶은데 너무 바빠서 제가 관심 받을 수 있는 게 탁구밖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아빠 나 잘하는 거 보라고 하면서 탁구를 쳤어요.
◇ 김현정> (웃음)세상에 그 아버지가 바쁘신 덕분에 신유빈이라는 엄청난 스타가 탄생한 거군요.
◆ 신유빈> 그때 아빠는 자꾸 탁구 이제 그만 치라고 힘들다고 그랬는데 너가 계속 친다고 그랬다고.
◇ 김현정> 그러면 아버님은 우리 유빈이가 뭐가 되길 바랐어요?
◆ 신유빈> 지금도 그냥 행복하게 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 김현정> 이번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메달 따고 나서 뭐라고 하세요? 아버님이.
◆ 신유빈> 모든 경기가 끝나면 고생했다고 하시고 잘했다고, 그게 다인데요.
◇ 김현정> 그게 다예요? 그러고 땡이에요?
◆ 신유빈> (웃음)네.
◇ 김현정> 유빈아 고생했다, 잘했다. 땡. 속으로는 굉장히 기뻐서.
◆ 신유빈> 아 그런데, 졌을 때도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항상 똑같아요.
◇ 김현정> 졌을 때도 고생했다, 잘했다. 이겼을 때도 고생했다, 잘했다. 어린 시절에 탁구하면서 탁구장에서 이제 아버지한테 탁구 레슨 받고 막 이러면서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기억나는 에피소드.
◆ 신유빈> 제가요. 에피소드는 아닌데 최근 들어서 알게 된 건데요. 탁구장에서 매일 낮잠이나 이런 걸, 졸리니까 잠이 들어요.
◇ 김현정> 어린이니까 그렇죠, 예.
◆ 신유빈> 근데 탁구공 소리가 엄청 시끄럽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신유빈> 근데 이제 제가 장점이 시합장에서도 제가 지금 휴식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잘 수 있는 거를 이게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무리 시끄러워도 어떤 환경에서라도 필요할 때 잠을 살짝 잘 수 있는 능력.
◆ 신유빈> 네, 잘하더라고요. 그거를 제가.
◇ 김현정> (웃음)그거 완전 귀한 능력 아니에요? 여러 가지로 아버님한테, 아버지한테, 아빠한테 감사해야 될 것 같은데요. 근데 탁구하느라 사실은 보통의 평범한 삶은 하나도 누리지 못했어요. 우리 신유빈 선수. 결국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했죠. 거기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건 없습니까?
◆ 신유빈> 그때 당시는 제가 좋아하는 걸 좀 후회 없이 해보고 싶었어요. 탁구를 제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게 저는 지금 가장 좋아요.
◇ 김현정> 탁구의 매력은 뭡니까?
◆ 신유빈> 하루아침에 막 잘 되는 게 아니라 제가 노력을 해서 그 과정을 좀 중요하게 생각해야 된다는 거?
◇ 김현정>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어서, 그게 매력이에요?
◆ 신유빈> 네, 그거를 이루어냈을 때 뿌듯함.
◇ 김현정> 와, 참 어른스럽다. 그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긴데, 그걸 이겨냈을 때의 보람, 뿌듯함이 매력이다? 신유빈 선수 다시 태어나도 탁구입니까?
◆ 신유빈> (웃음)저는. 아니요, 안 할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그렇게 탁구가 좋은데 다시 태어나면 탁구 선수는 아니에요? 그러면 뭐.
◆ 신유빈> 지금 한번 해봤으니까, 지금 너무 후회 없이 하고 있어서 다른 운동을 해보고 싶어요.
◇ 김현정> (웃음)근데 또 운동을, 종목만 다른 걸 해보고 싶다?
◆ 신유빈> 예, 단체 종목 같은 스포츠로.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거요?
◆ 신유빈> 축구, 배구, 농구 그런.
◇ 김현정> 그중에서 하나만 딱 고르라고 하면?
◆ 신유빈> 이거 너무 어려운데요? 저의 피지컬을 봐서 택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정말 천상, 천상 운동 선수. 신유빈 선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궁금증이 그 별명이 삐약이잖아요. 삐약이. 기합 넣는 소리가 마치 삐약이 병아리 같다고 해서 팬들이 붙여주신 별명인데, 그거는 마음에 드세요?
◆ 신유빈> 저를 그렇게 불러주시니까 너무 감사해요. 저는.
◇ 김현정> 그 소리는 이게 본능적으로 나오는 거죠?
◆ 신유빈> 경기에만 해요. 그거는 경기 때만.
◇ 김현정> (웃음)그거는 경기를 해야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예요?
◆ 신유빈> (웃음)네, 맞아요.
◇ 김현정> 이래서 또 우리 신유빈 선수의 경기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그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생기네요. 재밌습니다. 5살 때 그 예능 프로그램 나왔을 때 금메달을 6개 따서 가족들한테 그리고 코치 선생님한테 하나씩 나눠주고 싶어요. 그게 꿈이에요.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 신유빈> 성적보다 그래도 과정을 중요시하면은 경기 내용은 잘 나올 거라 생각해서 그 과정에서 후회 없는 걸 만들고 싶어요.
◇ 김현정> 좋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이 질문들도 밖에서 많이 들어오는데, 내년 올림픽의 목표가 있다면, 일단 당장 올림픽이 내년에 있으니까.
◆ 신유빈> 일단 출전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출전하게 된다면 올림픽 안에서도 후회 없는 시합을 하고 싶어요.
◆ 신유빈> 네, 멋집니다. 멋집니다. 신유빈 선수. 지금 아시안게임 경기 일정은 다 마쳤는데 또 다른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서 귀국도 못하고 비행기를 다시 타고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갔습니다. WTT 컨텐더 대회 이것도 잘 마치시고요. 웃는 얼굴로 귀국하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신유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예, 오늘 귀한 시간 감사드리고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신유빈>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시안게임 21년 만에 탁구에서 금메달이 나왔습니다. 남녀 단식, 복식 다 합쳐서 21년 만에 첫 금을 따낸 여자 복식조의 신유빈 선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