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는 2007년 아시아컵 대회 예선에서 일본을 만나 90-68로 크게 이겼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정선민 감독이 20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활약으로 코트를 지배했던 경기다.
한국은 2009년 대회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크게 이겼다. 특히 4강에서는 101-57로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큰 점수차 승리를 거뒀다.
2011년 대회 예선전 승리는 극적이었다. 현 대표팀 코치이자 당시 주축 가드였던 최윤아가 경기 초반 부상을 당하면서 한국은 일본에 한때 17점 차로 밀렸다. 그러나 24득점을 몰아치며 66-59 역전 드라마를 이끈 영웅이 등장했다.
바로 김단비였다.
김단비가 포함된 여자농구 대표팀은 3일 오후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농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일본에 58-81로 졌다. 김단비가 11득점 6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압도적인 일본의 전력을 감당하기는 무리였다.
김단비는 경기 후 일본 농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저한테 질문을 하면 이런 말을 하자고 생각한 게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단비는 "친분이 있는 일본 선수들이 있어서 너희 운동은 많이 힘드냐고 물어봤더니 운동이 힘들고 차라리 경기하는 게 더 쉽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게 너무 힘들다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표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게 김단비의 설명이다.
김단비는 "항상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표팀이 되고 또 경기에 나오는 선수가 된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선수들도 하나 알아야 할 게 우리나라에서 잘한다고 해서 최고가 아닌 것 같다. 저도 프로농구 시즌 때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임하다 보니까 언니들이 은퇴한 뒤 정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리그에서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또 에이스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국제 대회에 나오면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서로 경쟁하고 자기가 항상 최고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항상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단계씩 성장해 이제 다음 (대표팀) 선수들이 일본을 꼭 이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단비가 활약했던 2011년 한일전 승리가 의미있는 이유는 한국 여자농구가 일본에 확연히 앞선다고 평가할 수 있었던 사실상 마지막 시기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0년대 들어 장기적인 대표팀 운영 방안을 수립, 실행했다. 2021년에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거침없는 투자를 했다. 치열한 경쟁 체제도 확립됐다.
일본 여자농구는 2013년부터 5회 연속 아시아컵을 제패했다. 한국은 이 기간에 아시아컵 무대에서 일본을 넘지 못했다. 일본은 아시아 절대 최강으로 여겨지던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진출로 가능성을 널리 알렸고 도쿄올림픽 은메달로 정점을 찍었다.
국제 대회 경험은 선수에게 자극을 준다. 김단비가 지난 여자프로농구 시즌을 앞두고 오랫동안 몸담았던 인천 신한은행을 떠나 아산 우리은행으로 전격 이적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제가 10년 이상 있었던 팀을 옮긴 이유도 이거였다. 내가 한국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고 대표팀 경기에 나갔는데 내가 최고가 아니더라. 저도 배워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은 노력을 하기 위해, 더 배우기 위해 우리은행을 갔고 거기서 더 배웠다. 은퇴하는 그날까지 더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위성우 감독님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김단비는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아울러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김단비는 향후 대표팀을 이끌어 나갈 후배들이 더 많은 경험을 통해 크게 성장해나가기를 희망했다.
김단비는 "저는 (한때) 일본을 이기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역전을 당한 선수"라며 "앞으로 선수들이 계속 발전하고 노력해서 일본을 다시 이길 수 있는 여자농구 국가대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