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는 하나'를 외쳤던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의 운명이 얄궂다.
이미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한 차례 예선 맞대결을 펼쳤던 남북 여자농구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3일 오후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농구장에서 열린 대회 4강 한일전에서 58-81로 졌다.
앞서 열린 다른 4강 대진에서는 개최국 중국이 신장 205cm 장신 센터 박진아가 출전하지 않은 북한을 100-44로 완파했다.
이로써 결승은 최근 아시아 패권을 놓고 계속 다퉜던 중국과 일본이 장식하고 동메달 결정전은 5일로 예정된 남북 대결로 압축했다.
한국은 지난 달 29일 열린 북한과 예선전에서 81-62로 승리한 바 있다.
한국은 북한의 센터 박진아에게 29득점, 17리바운드를 허용하며 고전했지만 박지수의 분전과 강력한 외곽 지원에 힘입어 낙승을 거뒀다.
경기 내내 박진아와 치열하게 몸싸움을 펼치며 골밑을 사수한 박지수는 18득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강이슬은 3점슛 4개를 포함해 16득점을, 김단비는 16득점 7어시스트를 각각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당시 한국은 전반에 크게 고전했다. 오랜만에 국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경기 영상은 차단돼 볼 수 없었고 따로 협회의 전력 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강이슬은 "영상이 없어 틱톡을 보면서 북한 선수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보다 수월하게 전술과 전략을 준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래도 박진아의 높이는 만만치 않다. 남북 단일팀에서 뛰었던 베테랑 빅맨 로숙영과 함께 강력한 골밑을 형성한다.
박지수는 박진아에 대해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고 어떤 피지컬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라서 어려움이 있겠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어린 나이임에도 좋은 선수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여자농구의 다음 목표는 동메달 획득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여자농구가 마지막으로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가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