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인 '아토초(Attosecond) 과학' 시대를 연 3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아토초는 100경 분의 1초를 의미한다. 이들이 아토초 과학을 제시함으로써 인류는 원자나 분자 수준의 미시세계에서 전자의 운동을 '순간 포착'할 수 있게 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의 노벨상위원회는 3일 피에르 아고스티니(70) 미국 오하이오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61)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양자광학연구소 교수, 안 륄리에(65) 스웨덴 룬트대 교수(프랑스)를 올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위원회는 "수상자들의 실험은 매우 짧은 시간에 빛의 파동(펄스)을 만들어냈고, 이 펄스들이 원자와 분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미지로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아토초 과학은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 수준인 원자, 분자 수준 등에서 전자의 운동을 관측하는 초고속·초정밀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다. 아토초는 100경 분의 1초다. 아토초 과학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굉장히 짧은 시간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아토초 물리학의 대가인 수상자들은 극도로 짧게 빛이 지속되는 '펄스'(pulse)를 아토초 간격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찾고, 발전시켜왔다. 이들이 아토초고속 카메라용 플래시를 만든 덕에 자연의 초고속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 아고스티니 교수와 륄리에 교수는 아토초 펄스 생성 방법을, 크라우스 교수는 이를 응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륄리에 교수는 역대 다섯 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영예도 안았다. 역대 여성 수상자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릭랜드, 2020년 안드레아 게즈였다. 륄리에 교수는 "(노벨물리학상은)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 믿을 수 없다"면서 "알다시피 이 상을 받은 여성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매우 특별하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국내 초고속 광학 분야 전문가인 남창희 카이스트 교수는 "아토초 레이저를 당장 실생활에 활용하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원자 레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잘 이용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들이 생길 것이고, 차츰 우리의 실생활에도 분명히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물리학상에 이어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에는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헝가리 출신의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 대학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대 드루 와이스먼(64) 교수에게 생리의학상을 수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