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등 일부 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국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국외 계열사는 43개(13개 기업집단)이다.
이 가운데 11개 국외 계열사(롯데·장금상선·코오롱·중앙·오케이 금융그룹 등 5개 집단 소속)는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국외 계열사 중 9개(5개 기업집단 소속)는 16개 국내 계열사에 직접 출자했다. 특히, 이 가운데 7개 국내 계열사에 대해서는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경우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21개 국외 계열사가 부산롯데호텔, 호텔롯데 등 13개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하고 있고 롯데호텔,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 국내 5개 계열사는 국외 계열사 지분의 합이 50%를 넘는다.
장금상선은 총수인 장태순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한 홍콩 회사가 국내 최상단 회사인 장금상선 지분 82.97%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국외 계열사나 공익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행위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지만,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국외 계열사는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의무 등을 적용받지 않고 외부 감시도 상대적으로 느슨해 탈법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국외 계열사를 보유한 전체 집단은 27개(국외 계열사 108개)로 지난해보다 4개 늘었다.
비영리 법인(공익법인 포함)을 활용한 계열 출자도 늘어 46개 기업집단의 86개 비영리법인이 148개 계열사 지분(평균 지분율 1.14%)을 보유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계열사의 총발행주식 중 동일인·친족·계열사·비영리법인·임원 등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자사주 포함)은 61.7%로 지난해보다 1.3%포인트 올랐다.
총수 있는 72개 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61.2%로 1.3%포인트 올라 올해 처음 60%를 넘어섰다.
세부 구성을 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은 3.6%로 0.1%포인트 줄고, 계열사 지분율이 54.7%로 1.4%포인트 늘었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채무보증과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내부거래, 지배구조, 지주회사 등 대기업집단 주요 현황 정보를 연말까지 차례로 분석·발표해 시장 감시 기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