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 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에서 중국을 상대로 2 대 0 승리를 거뒀다. 조별 리그 3경기, 16강에 이어 5연승의 파죽지세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전부터 개최국 중국의 편파 판정과 거친 파울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와 야구 종목에 VAR을 도입한 적은 없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국제 대회 표준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중국이 주최한 대회에서는 여러 차례 편파 판정이 일어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열린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등 종목에서 중국의 편파 판정으로 메달 획득을 놓친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이날 중국과 8강에서도 역시 편파 판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부상을 우려한 황 감독은 주전 선수들을 대거 벤치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이강인, 정우영, 엄원상 대신 고영준, 송민규, 안재준을 선발 출전시켜 탐색전을 벌였다.
중국은 이에 맞서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고, 거친 플레이로 한국의 공격을 막아섰다. 하지만 전반 17분 문전 앞에서 범한 파울이 홍현석의 프리킥 선제골로 이어져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황재원이 얻은 프리킥을 홍현석이 환상적인 왼발 슛으로 연결해 중국의 골망을 갈랐다.
여세를 몰아 전반 34분에는 정우영 대신 선발로 나선 송민규가 해냈다. 조영욱이 낮게 올린 크로스를 상대 수비가 놓쳤는데, 송민규가 이를 받아 그대로 골문으로 밀어 넣어 2 대 0을 만들었다. 집중력이 무너진 중국 선수들은 실점 상황에 대해 서로의 탓을 하며 언쟁을 벌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중국의 최대 기념일인 국경절을 맞아 만원 관중이 운집해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졌다.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의 기세를 꺾기 위해 "짜요(힘내)"를 힘차게 외쳤는데, 격차가 크게 벌어진 뒤에는 아쉬운 마음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후반전에도 분위기를 이어갔다. 후반 19분에는 이강인과 정우영, 엄원상 등을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다. 이강인이 투입되자 중국 선수들의 강한 견제가 있었지만 한국은 마지막까지 2점 차 리드를 유지해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