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에서 독성물질인 납이 안전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되거나 유해물질인 폴리염화비닐(PVC)로 이루어진 제품들을 다수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5~6월 전국 초등학교 22곳당 교실 1곳씩 조사해보니 독성물질인 납이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상 기준치보다 많이 검출된 경우가 다수 있었다.
조사 학급에 있는 제품 가운데 절반 정도는 환경호르몬·중금속 등 위험물질이 나온다고 알려진 PVC 재질이었다.
조사는 X선 형광분석기(XRF)로 이루어졌다. 조사 제품으로는 벽·바닥재·블라인드·걸레받이 등 176개 내장재, 책상·의자·사물함·청소도구함·교사용 가구 등 299개 가구류 제품, 칠판·게시판 등 123개 교구류 제품이 있었다.
1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납이 기준치(100ppm 이하)보다 많이 나온 제품은 칠판, 게시판, 사물함, 캐비닛 등 235개로 전체 조사대상(598개) 중 39.3%였다.
조사제품 중 PVC가 들어간 비율은 47.5%였다. PVC가 검출된 제품으로는 교실 뒤 게시판, 보조 게시판, 칠판, 사물함 등이 있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보조칠판 게시판 중에서는 납이 안전기준의 280배를 넘는 2813ppm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 게시판은 어린이 생식기에 악영향을 주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도 안전기준의 190배인 19.08%가 함유됐다.
이 학교의 잡지꽃이와 교사책상은 PVC 재질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전체 대상 중 가장 심각한 2곳을 시범학급으로 선정해 문제가 발견된 제품을 모두 안전한 제품으로 교체했다.
재단은 2020년부터 '에코 교실 만들기' 등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재단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유해물질을 없애고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11월 화학 안전주간 때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재단 관계자는 "에코 교실 교체 전후의 공기질 등을 다룬 환경조사 보고서가 12월에 나올 예정으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에코 교실의 표준을 제시하겠다"며 "서울·세종·광주시·전라남도가 제정한 '학교 유해물질 예방 및 안전 관리 조례'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이미 제정한 지역에서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