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가입 '선공'으로 "나때는…" 결혼 잔소리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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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청년들이 추석을 앞두고 예상되는 친척들의 결혼 관련 질문에 대비해 결혼정보회사를 찾고 있다. 기성 세대가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는 청년 세대의 가치관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 연휴에 '결혼 잔소리'는 미혼 청년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지난 22일 20~40대 성인남녀 1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명절 연휴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는 대화 소재를 물은 결과, '결혼 유무 및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14.9%로 3위를 차지했다.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김현(27·여)씨는 "명절 때 어른들이 결혼 언제 하냐고 묻는 게 제일 스트레스"라며 "어른들이 나 때는 27살에 애를 두 명 낳았다고 하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했다. 또 "요즘 20대 후반이면 아직 결혼이 급할 나이는 아니지 않냐"며 "이런 말 때문에 젊은 세대가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박정현(32·남)씨는 "이번 추석에도 친척들에게 누구는 결혼했는데 너는 왜 안 하냐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 예상이 된다"며 "결혼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이나 주고 말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친척들하고 명절 때만 잠깐 볼 뿐이지 친하지도 않은데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친척들의 결혼 관련 질문들에 다수 청년들은 웃으며 넘기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미혼남녀 500명에게 '결혼은 언제' 잔소리에 대한 대응을 조사한 결과, '유쾌하게 반응하며 넘어간다(24.6%)'와 '말없이 미소만 짓는다(23.8%)'가 가장 높이 나타났다. 또 '그냥 못 들은 척 한다(17.8%)', '무표정으로 일관한다(9.8%)', '요즘 결혼 현황에 대해 설명한다(9%)', '소개를 시켜달라고 대응한다(7.6%)'가 뒤를 이었다.

미리 결혼 질문에 대비해 결혼상대를 찾고자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청년들도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매년 명절 전후로 결혼 잔소리를 걱정하는 미혼 청년들이 가입 문의를 매우 많이 한다"며 "친척들에게 결혼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을 걸 아니까 미리 명절 전에 짝을 찾으려고 상담을 받는 사람이 꽤 많다"고 했다. 이어 "명절에 제일 가입 문의가 많다보니까 이번 추석에도 커플 매니저들이 휴일 없이 상담을 많이 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에 대해 묻는 기성 세대도 할 말은 있다. 금융업 종사자 윤지현(55)씨는 "대부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사니까 친척 중에 결혼적령기인 사람이 있으면 결혼은 언제 하는지 궁금해서 묻게 된다"며 "어차피 축의금 낼 사이에 아예 못할 질문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자영업자 조동일(58)씨는 "사실 친척끼리 자주 보지를 않으니까 만나서 할 말이 없다"며 "형식적으로 안부 겸 묻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개인주의화 돼 있는 젊은 세대는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성세대가 친척끼리 1년에 한 번 보든, 2년에 한 번 보든 우리는 친족이라는 사고를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젊은 세대는 직장 동료보다도 자주 안 보는 친척들에게 사생활을 이야기하기 싫어한다"고 분석했다.

또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꼭 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기 때문에 세대 간 가치관 차이가 발생한다"며 "보통 살아보지 않은 세대의 가치관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태어나기 전부터 현재까지를 살고 있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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