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고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 항저우에서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은 1일 막을 올린다. 한국시간으로 1일 오후 7시30분 중국 저장성의 사오싱 야구장에서 약체 홍콩과 첫 경기를 치른다.
첫 고비는 2일에 찾아온다. 조별리그 B조 1위를 다툴 대만전이 펼쳐진다. 대만은 미국 마이너리그와 자국 프로야구 리그 소속 17명을 선발해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의 조별리그 세 번째 상대는 약체 태국이다.
대만전에 많은 것이 걸려있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슈퍼라운드가 진행된다. A조 1,2위 팀과 맞붙는다. A조에서는 일본과 개최국 중국이 올라올 것이 유력하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최정예 대표팀을 출전시키지 않는다. B조는 한국과 대만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조별리그 B조에서 이미 붙었던 상대와는 다시 경기를 하지 않는다. 조별리그 성적을 그대로 안고 올라간다. 한국과 함께 슈퍼라운드로 갈 팀은 대만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꺾을 경우 1승을 안고 슈퍼라운드에 나선다. 만약 패할 경우 1패를 떠안은 상태로 다음 라운드를 치른다.
슈퍼라운드에서 합산 성적 2위 안에 들어야만 금메달 결정전으로 갈 수 있다. 대회 방식이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해법은 간단하다. 대만을 꺾으면 지름길이 열린다.
아시안게임 기간에 KBO 리그는 중단되지 않는다. KBO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마련된 새로운 대표 선발 원칙에 따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25세 이하 혹은 프로 4년차 이하 선수들과 29세 이하 와일드카드 2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나이 제한이 생기면서 '완전체' 전력을 구성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이정후와 구창모가 부상으로 제외됐고 왼손 선발 자원으로 평가받았던 이의리는 부상에서 회복 중이라는 이유로 아시안게임 개막 하루 전에 명단에서 빠졌다.
역대 가장 약한 대표팀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류중일 감독은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달 28일 중국 항저우에 입성한 류중일 호는 현지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해왔다.
맏형 박세웅과 원태인 중 한 명이 첫 경기 홍콩전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중요한 대만전 선발투수는 류중일 감독이 곽빈과 문동주 중 한 명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O는 이번 대회에서 선발투수 예고제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기 전날 선발투수가 좌완인지, 우완인지만 상대 팀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타선에서 눈길을 끄는 선수로 강백호가 있다. 강백호는 어린 나이에도 국제대회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지만 잊고 싶은 기억도 적잖다.
강백호는 항저우에 입성하면서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막내에서 벗어났는데, 많은 후배님들과 대회에 오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이 패기도 있고,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선수들이라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를 잘했으니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백호는 현재 31홈런으로 KBO 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는 노시환, 시즌 타율 0.304에 10홈런, 71타점을 기록 중인 문보경과 함께 클린업 트리오로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