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예인이 와도 시구 지도를 하지 않았던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에이스 김광현이 페이커가 시구자로 오자 '찐 팬'임을 인증하며 직접 시구 지도를 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리그오브레전드(LoL)는 인기가 굉장히 많은 게임이다. 게임으로 여가를 즐기는 스포츠 선수들이 많고 그 중에서 'LoL' 유저가 제법 있다. 그들에게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들은 선망의 대상이다.
e스포츠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세부 종목 중 하나로 리그오브레전드가 포함됐다. '페이커' 이상혁, '쵸비' 정지훈, '카나비' 서진혁, '제우스' 최우제,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 등 대표팀은 입국 때부터 e스포츠 인기가 많은 중국의 팬들의 환대를 받았다.
리그오브레전드 금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이 개최된 30일 오전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는 나름 '롤 부심'이 있는 타 종목 선수가 있었다. 바로 수영 남자 50m 접영 종목의 금메달리스트 백인철이다.
수영 대표팀 선수 중 누가 리그오브레전드를 가장 잘하는지 묻는 질문에 백인철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시아 최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기회가 만들어지자 백인철은 "저의 주 포지션은 정글러"라며 '카나비'에게 질문했다. 상대방 정글 위치를 어떻게 꿰뚫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어봤다.
서진혁은 "팀전을 할 때 팀원들이 와드(시야 확보를 위한 설치물)를 많이 박아주니까 대충 알 수 있다. 개인전을 할 때는 와드가 없으면 잘 알 수 없다. 팀원들에게 와드를 많이 박아달라고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 29일 합동 기자회견에서는 펜싱 남자 사브르의 스타 구본길과 한국 최초의 아시안게임 e스포츠 금메달리스트가 된 스트리트 파이터 V 종목의 김관우가 함께 자리했다.
"피스트 위에서는 계속 격투를 하는데 혹시 격투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지, 스트리트 파이터로 아시아 정상에 오른 김관우 선수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궁금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구본길은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말문을 열었다.
평소 입담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구본길은 "사실 진짜 솔직하게 저 격투 게임을 잘한다. 철권을 진짜 잘한다. 진짜 철권이 종목이었더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지 않았나. 김관우 선수가 지금 여기에 없을 수도 있지 않았나"라고 답한 뒤 김관우를 장난스럽게 바라봤다. 장내에서는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지금도 게임을 즐긴다는 구본길은 "솔직히 대단한 게 뭐냐면, 그만큼 집중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든 스포츠든 다 같은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축하드린다"며 김관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