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을 300% 넘게 늘렸지만, '평화 통일' 정책과 교육 사업 몫은 20~40% 가까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편성한 사업도 주로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주력하면서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이라는 통일부의 본질적 임무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를 30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이 분석한 내용 등에 따르면, 내년도 '북한 인권 개선 정책 수립 및 추진' 사업 예산은 올해 24억8400만원에서 내년 118억5700만원으로 377% 폭증했다. 해당 사업엔 북한 인권 전시·체험 공간인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 등이 포함된다.
신규 사업으로는 '통일 인식·북한 이해 제고' 예산이 16억2500만원 새롭게 편성됐다. 해당 예산은 '국내 통일 기반 조성' 항목에 포함돼 있는데, '탈북민 국내외 토크콘서트'와 '북한 실상 관련 콘텐츠 제작 및 공모전 개최' 등에 쓰일 예정이다.
반대로 '통일 정책 추진' 예산은 올해 38억7800만원에서 내년 23억4900만원으로 39.4% 감액했다. 이중 통일 과정과 이후를 대비한 정책 예산은 올해 3억7900만원에서 내년도 2억5900만원으로 31.7% 줄었다. 북핵 및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정책연구 예산도 전년 대비 20% 줄어든 8천만원을 편성했다. 해당 예산은 지난해에도 20.6% 감액된 바 있어 2년간 40% 가깝게 삭감됐다.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분야 예산도 줄었다. '사회 통일 교육 내실화' 예산은 올해(47억2800만원)보다 21.4% 감소한 37억1700만원이 편성됐다.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2030 통일 교육 강화' 예산(1억원)도 올해(1억8200만원)보다 45.1% 감액됐다.
대신 통일부는 통일 정책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합의'를 만드는 데 50억원 규모의 예산을 새로 편성하기도 했다. 그동안 민간 단체를 지원하고 통일학술행사를 여는 데 쓰였던 '민간 통일운동 활성화 지원' 예산(올해 10억200만원)을 전액 삭감하고 재편성했다는 설명이다.
박홍근 의원은 "역대 최장기간 남북 경색 국면에서 국내 통일 정책 수립과 통일교육 관련 사업을 통일부가 주도해야 하는데 오로지 '북한인권부'와 다름없는 예산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지금의 통일부는 최소한의 통일전략 수립이나 통일 기반 조성 의지도 상실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긴축 재정 기조이다 보니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고려해 조금씩 감액된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북 압박용으로 읽힐 수 있는 '북한 인권'에 편중됐다는 지적에는 "통일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인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며 "북한이 실제로 어떤 상황이고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사는지 우리 국민이 알아야 통일의 필요성과 방향에 공감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