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력 33년에 봉사활동 17년. 경찰 생활을 하며 절반을 봉사에 매진한 권춘식(55) 경감 이야기다. 아내를 따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가 이제는 봉사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그는 "그저 평범한 일일뿐"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26일 경기 시흥경찰서 군자파출소에서 만난 권 경감은 "아내를 따라 봉사활동에 나갔다가 이렇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권 경감은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6년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경찰서 교통과에서 외근 업무를 했는데, 비번 때마다 짬을 내 아들이 다니던 학교 앞 사거리에 나가 교통정리를 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제안을 해왔다. 지역 봉사단에 가입해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권 경감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삼형제 아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17년간 복지시설에 나가 노인 목욕과 말벗 봉사, 장애인 돌봄봉사, 시흥 호조벌이나 오이도 공원에서 환경정화 봉사 등을 해왔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에는 막내아들과 함께 현장에 나가 질서유지원으로 봉사하기도 했다.
특히 권 경감은 매주 10년 넘게 매주 1~2회씩 도시락 배달 봉사도 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이다. 권 경감은 "경찰 본연의 업무를 해야 하니까 근무 중에는 갈 수 없다"며 "교대근무를 하고 비번 때 2시간 정도 돌며 배달을 한다"고 설명했다.
배달을 시작할 때만 해도 80대였던 어르신들은 어느새 90대 노인이 됐다. 10년 넘게 매주 얼굴을 보고 지내다 보니 서로를 친자식, 친부모처럼 여긴다. 권 경감은 "어르신들이 내가 가는 걸 너무 반겨서 이제는 안 갈 수가 없다"며 "어쩌다가 하루를 거르면 오지 않느냐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권 경감은 "어르신 중 한 분은 40년 넘게 담배를 피웠더라"며 "어르신에게 담배를 안 끊으면 앞으로 안 오겠다고 했더니 그날 이후로 끊었다. 도시락 배달을 멈출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권 경감은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노인 봉사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그는 "잘은 모르겠지만 봉사활동을 안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저 평범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큰 기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락을 배달받는 어르신이 여섯 분 있었는데 그 중 세 분이 돌아가셨다"며 "남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