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를 부리러 나왔는데! 오늘같이 추석날 밤에도 있는 저 보름달처럼 동그란 것(팽이)으로 재주를 부려보는데! 얼쑤!"
추석 당일인 29일,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한가위' 축제. 오후 한때, 한옥마을 안 천우각 무대에서는 전통예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희노리' 공연이 시작됐다.
무대에 선 놀이꾼이 전통 악기의 선율에 맞춰서 하늘 높이 던졌던 팽이를 무사히 받아낼 때마다, 객석을 빼곡이 채운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낮 최고기온 25도로 적잖이 더운 날씨였지만, 관객들은 더위를 잊은 듯 공연에 집중했다.
충남 천안시에서 6살 딸과 4살 아들을 데리고 올라왔다는 양은희(36)씨는 "날은 조금 덥긴 한데 그래도 이런 행사가 있어서 명절 기분이 나고 기분이 상쾌하다"면서 "연휴가 길어서 가족들이랑 이렇게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여유롭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네 가족과 함께 온 초등학생 홍우리(12)군도 "공연 구경을 하고 한옥을 보러 왔다"면서 "와보니 좋긴 한데 너무 덥지만, 한옥 지붕에 기와가 저렇게 쌓여 있는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오후 1시, '줄타기' 공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새빨간 전통 의상을 갖춰 입은 줄광대가 등장해 공중에 높이 걸린 줄 위를 아슬하게 걷기 시작했다.
소리꾼의 소리에 맞춰 조심스레 공중을 걷던 광대가 줄 위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곡예를 선보이자, 숨죽이며 바라보던 관객들은 세찬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남편과 어디 갈지 고민하다 이곳을 찾았다는 손봉선(40)씨는 "(공연을 보니)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면서 "볼거리도 되게 다채롭고, 추석 분위기도 물씬 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공연 뿐만 아니라 한옥마을 곳곳에서는 전통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은 대형고리와 포구락을 던지는 놀이나 외나무 다리를 걷는 놀이, 그리고 대형 팽이를 타는 놀이를 즐겼다. 한 중년 남성은 나이를 잊은 듯 대형 팽이에 몸을 맡긴 채 놀이에 흠뻑 젖어들었다.
한옥마을에 있던 한 정자에서는 여러 시민들이 둘러앉아 판소리 수업을 듣기도 했다. 이들은 갓을 쓰는 등 오색 빛깔의 한복을 갖춰 입고 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중 단연 인기가 있었던 체험은 '송편 만들기'로, 일찌감치 이날 송편 만들기 체험 예약은 마감이 됐다.
시민들은 명절을 맞아 간절히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초등학생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류지현(44)씨는 "경기가 조금 좋아졌으면 좋겠고, 다들 원하는 바가 잘 이루어지고 다음 추석까지 건강했으면 좋겠다"면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기 몫을 하는 사람으로 잘 컸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김종남(65)씨는 "나라도 어수선하고 먹고 사는 것도 걱정이지만 이제 추석만큼은 다 잊어버리고 지내는 것"이라면서 "그냥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얘들아 행복한 추석 지내자! 사랑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