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징후들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1년만에 만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전날 워싱턴DC에서 회동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양측은 역내 현안들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말했지만, 자연스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APEC 참석 및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도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6~17일 몰타에서 만났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열렸던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 회동했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미·중 고위급의 잇단 회동이 상당부분 미중 정상회담의 '길닦기'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허리펑 경제담당 부총리와 왕이 외교부장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허 부총리의 방미가 성사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내 최고위급 인사이며, 왕 외교부장은 미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오는 10월 워싱턴을 방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중국의 경제 및 외교 사령탑의 방미 추진은 오는 11월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신문은 최근 북한이 추방한 미군병사 트레비스 킹과 관련해서도 "미중 고위급 인사 회동 이후에 중국이 북측에 킹의 추방을 촉진시켰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킹 이병을 중국으로 추방했고, 이후 킹 이병은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신병이 이송됐다.
미중 양국은 미국의 첨단 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와 함께 특히 올초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로 인해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5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빈에서 왕이 위원을 만나면서 미중 고위급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고,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의 고위급 인사 4명 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이같은 움직임에 최근 중국도 시진핑 주석의 방미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측에 화답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중국은 책임을 지는 국가로, 우리는 중국이 참여하는 중요한 다자회의에 결석(불참)한 적이 없다"며 "APEC 일정에 관해 우리는 각측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적절한 때에 정식으로 소식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