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플레뢰 골짜기 세대? 반전이라 감동적인 銀빛 세대

2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단체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플뢰레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한국 여자 펜싱 플뢰레는 아시안게임에서 남현희와 전희숙이 활약한 2002년 부산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무려 16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남현희는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 2개(2006년, 2010년), 동메달 1개(2014년)를 수확했고, 전희숙 역시 개인전 금메달 2개(2014년, 2018년), 동메달 1개(2010년)를 목에 걸었다. 플뢰레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가 4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는 것.
 
플뢰레 단체전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힘을 합쳐 1998년 방콕 대회부터 5회 연속 우승을 일궜다. 남현희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4회, 전희숙은 2006년 도하 대회부터 3회 우승에 기여했다.
 
이들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단체전 동메달에 그쳐 6연패 달성이 불발됐다. 당시 개인전에서는 전희숙이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은 대회를 마치고 태극 마크를 내려놓았다. 
 
5년 뒤 열린 항저우 대회에서는 젊은 피를 수혈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출전한 베테랑 채송오(충북도청), 홍서인(서울특별시청)과 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하는 홍세나(안산시청), 홍효진(성남시청)이 팀을 꾸렸다. 
 
남현희와 전희숙이 빠진 여자 플뢰레는 한국의 '효자 종목' 펜싱의 세부 종목 중 전력이 가장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앞서 열린 개인전에서도 홍세나 홀로 메달(동메달)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펜싱 플뢰레 여자 대표팀(홍세나, 홍효진, 채송오, 홍서인)이 2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단체 결승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패한 후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하지만 이들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합작했다. 28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31 대 34로 패했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의 정상 탈환은 무산됐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놓쳐 아쉬우면서도 은메달을 획득한 데 따른 감격스러움도 공존했다. 선수들은 여러 감정이 오간 탓에 결국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눈물을 보였다. 
 
감정에 북받쳐 눈시울이 붉어진 채송오는 "저희가 그동안 함께 노력했기 때문에 결과는 만족하지만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면서 "조금 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어린 친구들이 더 시너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채송오와 홍서인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동메달)보다 한 단계 높은 성과를 거뒀다. 채송오는 "그때는 베테랑 언니들과 같이 출전했고, 주축인 언니들이 빠져서 우리는 최약체로 꼽혔다"면서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5년 전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갔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펜싱 플뢰레 여자 대표팀(홍세나, 홍효진, 채송오, 홍서인)이 2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단체 결승전에 출전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이날 결승 상대인 중국인 홈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으며 경기에 임했다. 관중들은 중국 선수들을 향해 "짜요(힘내)"라고 외치며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향한 응원이라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
 
그럼에도 경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에 채송오는 "지고 싶은 운동 선수는 없지만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다"면서 "한 명이 못하면 다른 한 명이 채워주는 게 단체전이다.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한 명 때문에 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보듬어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함께 은메달을 일군 동료를 바라보자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채송오는 "5년 동안 준비했던 게 오늘 하루에 끝난 게 아쉽긴 하지만 어린 친구들이 성장을 했다"면서 "내년에는 올림픽이 있고, 또 2년을 기다리면 다시 아시안게임이 돌아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년 뒤 열릴 아이치-나고야 대회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나는 노장이라 힘들 것 같다"고 웃은 뒤 "자카르타-팔람방에서 동메달, 항저우에서 은메달을 땄기 때문에 후배들이 나고야에서 금메달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제 기량이 괜찮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함께 드러냈다. 
 
개인전 동메달에 그친 홍세나는 단체전을 앞두고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비록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홍세나는 "아쉬움이 크지만 홀가분함도 있다"면서 "언니들과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다시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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