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차 토론회' 불참하고 미시간에 간 속내는?

미국 공화당이 2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대선 후보 경선 2차 TV 토론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팀 스콧 전 상원의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시간주를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친화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미시간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곳으로, 현재 14만 6천명이 가입한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전미자동차노조)가 '40%대 임금 인상'과 전기차 생산 확대 과정에서 고용 안정 강화 등을 요구하며 이달 중순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이날은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2차 토론회가 열린 날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차 토론회에 이어 이번에도 불참을 선택했다. 
 
이는 1차 토론회 불참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가 타 후보를 압도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자신이 내년 대선 공화당의 후보임을 은연중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전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주를 찾아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노조(UAW)의 파업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현직 대통령이 사활을 걸 듯 미시간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말 그대로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앞선 두 차례 미 대선 때 미시간주가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 역할을 했기 때문에 민주·공화 양당의 내년 대선 유력 후보가 이곳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이긴 하다. 
 
미시간주는 지난 2016년 대선 때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겠다던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줘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p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당시 출구조사에서는 노조의 2/3가 바이든을 지지한 것으로 나왔다.
 
이날 미시간주를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에 넘기며 항복하고 있다. 나에게 4년을 준다면 미국에서 가솔린 엔진은 허용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면서 노조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청정 에너지 확대 등 강력한 기후 위기 대응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전기 자동차 보급 확대'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과 이번 UAW의 파업 동기가 일정부분 괴리감이 있는데, 그 부분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의 초청으로 미시간을 방문한 반면, '파업 현장에 접근하지 말라'는 노조의 경고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비노조 엔진 부품 공급업체에서 연설했다. 
 
아예 가솔린 엔진을 생산하는 업체를 찾아감으로써 바이든 정부가 그리고 있는 '전기 자동차 시대'에 불편함이 있는 노동자들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중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생산 라인이 가솔린차에 비해 적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열린 공화당 2차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전·현직 대통령의 미시간 방문이 언급됐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미시간 방문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는 "대통령이 피켓 라인에 있어서는 안되고 차라리 남쪽 국경을 폐쇄하기 위해 남쪽에 있어야한다"며 "그런 대통령은 해고되는게 맞고 그래서 내가 출마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켓 라인'은 파업중인 노조원들이 노동 쟁의중 파업 이탈자를 감시하기 위해 회사앞에 모이는 것으로, 현직 대통령 중에서 처음으로 아예 노조의 편에 서 버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이날 공화당 2차 토론회에 불참하고 미시간에 간 트럼프 전 대통령도 도마위에 올랐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트럼프 당신이 토론회에 불참한 것은 무대에 오르는 것과 자신의 기록을 지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는 당신을 도널드 트럼프가 이난 '도널드 덕(Donald Duck·월트 디즈니 캐릭터)'이라고 부르겠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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