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노잼도시 대전이 우당탕탕? 청년 모으는 지방대 D.I.T. 실험 (계속) |
지방 소멸,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한 이때. 보건복지부·전남CBS·전라남도·순천시는 지난달 19일 순천 브루웍스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청년 인구의 정주 여건을 모색하는 '2023대한민국 인구포럼 IN 전남-나 혼자 안 산다'를 개최했다. 첫 순서로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윤주선 교수의 강연 중 일부를 소개한다.
서울 빼도 지방? 서울 촌놈이 보는 한국 지도
요즘 많이 떠도는 밈 중의 하나죠. 서울 빼고는 어디든 다 지방이고 순천도 없죠. 그냥 지방. 서울 촌놈들이 교양이 부족해서인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거꾸로 지방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서울을 큰 이데아로 보고 서울을 따라가려는 생각들이 너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방도시에서 도시재생이라든가 지역 활성화 사업들을 여러 번 했었는데 할 때마다 제가 볼 때는 정말 멋있는 분들이 있고 멋있는 콘텐츠나 멋있는 공간이 있으면 진짜 정말 잘하신다 훌륭하시다고 하면 별로 안 기뻐하시고 되게 쑥스러워하세요.
지방 도시에 있는 분들한테 가장 큰 칭찬이 뭔지 아시나요? 저의 경험상으로는 "이 공간 너무 서울 같아요" 그러면 좋아하세요. "서울 사람처럼 입으셨네요" 그러면 흐뭇하게 쓰시는 그런 게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바꿔 봐야겠다는 생각인데 여러분 D.I.Y.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Do It Youself라고 이제 그거를 Do It Together 함께 뭔가를 만드는 행위들을 D.I.T.라는 이름으로 지어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금 제가 해보고 있는 두 가지 방향은 일상이 영감이 되는 동네라는 게 하나가 있습니다.
영감 있는 동네는 자기주도성에서 나온다
요즘엔 창의력과 창조력이 중요한 시대다 보니까, 일상 속에서 재미있는 영감이 많은 동네일수록 좋거든요. 서울에서는 이미 너무 모든 게 다 공식화돼 있기 때문에 지방도시 지역 여행 국내 동네 여행을 가는 것들은 새로운 영감을 찾기 위해 다니는 것 같고, 서울에 있는 사람들과 차별화된 영감을 얻기 위해 지방으로 오는 것 같거든요. 그런 걸 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좀 더 많은 동네가 되면 좋겠다는 부분입니다.
첫 번째 생각을 했던 게 공간의 자기 주도성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놀 것도 없고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다. 이 얘기 제일 많이 하세요. 그래서 대도시를 가거나 서울로 가야 된다. 결국 최종 꿈은 내가 서울 가서 강남의 아파트를 사보리라 하는 게 거의 다 꿈이더라고요. 이거를 누가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우리가 만들 수 있다라는 인식을 공유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Do It Together라는 방식으로 저희가 최근에 한 겁니다.
조치원이라고 하는 오래된 도시는 독립서점들이 없는 동네였어요. 동네 서점이 없는 도시에서 특히나 고고학 전문 서점을 만들고 싶어 하는 청년 그룹이 있었어요. 공간을 새로 만드는 건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전체 중에 일부를 저희가 도와드린 건데 공간 건설비가 너무 비싸니까 그럼 지역에 있는 청년분들이나 예술가분들과 함께 우리가 다 같이 지역에 있는 목수분들한테 기술을 배워서 함께 공간을 만들어보자라는 그런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공간의 자기 주도성이라고 했을 때 누구한테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공공공간이든 실내공간이든 직접 만들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고 또 하나는 예전에는 규격화돼 있다가 최근엔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션을 해서 누군가 감각이 좋고 감도가 있는 분들이 이런 게 좋은 거야. 큐레이션을 해서 제안해 주는 게 최근 많이 나오고 있었어요. 결국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큐레이션, 뭔가 멋진 동네 언니 오빠가 좋아하는 이것들을 가지고 하는 거죠.
우리가 창고형 카페 하면 나오는 다른 곳들인데 같은 이미지가 있죠. 누군가에 큐레이션을 받거나 제안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직접 내가 좋아하는 거를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가는 게 다음 단계라고 생각을 했고요. 이런 곳에서 다양성의 여러 갈래가 나오는 거고 자기 주도성 있는 공간을 만들 수가 있는 거죠. 아침에 안전교육 받고 옆에 청년 목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을 하는 겁니다. 인구가 10만 명도 안 되는 조치원이란 작은 동네에 그냥 독립서점도 아니고 인문학 고고학 독립서점을 만들고 싶다라고 하는 것들을 자기 혼자 힘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인테리어가 업체에 맡기면 안 나오지만 이런 걸 통해서 가능하다는 거죠.
대전에 정말 유명한 문화 공연을 하는 작은 소극장과 전시장 맞배집이라는 팀이 있어요. 그 팀들이 젠트리피케션 문제 때문에 원도심에서 잘 자리 잡고 계시다가 나와서 새로운 아주 후미진 동네 건물 하나 매입을 했습니다. 건물 매입하는데 모든 에너지와 예산을 쓰다 보니까, 혼자 6개월 동안 만드시다가 저희한테 같이 하자라고 하셔서 저희가 처음에 기획을 한 거는 워낙 대전에 있는 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공간이니까. 팬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공연장의 팬들이 나의 스타가 쓰는 무대를 같이 만들어보는 걸 하면 너무 재미있겠다 싶어서 20명 정도가 모여서 공연장에 무대를 함께 만드는 과정입니다. 저희가 첫날 무대의 반을 만들었어요.
가오픈 딱 반만 만들었을 때 만들던 사람들은 관객이 되고, 우리 함께 만들던 건물주나 아티스트들이 무대 위에 올라가서 같이 공연을 보는 그런 D.I.T.를 했었습니다. 낮에는 만들고 밤이랑 같이 즐기는 이런 걸 통해서 우리 동네에도 대전에도 서울의 소극장들도 있고 인디밴드라는 데도 있는데, 우리 동네는 왜 없을까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같이 만들자는 거죠. 우리가 원하는 모양과 규격화된 모양이 아니라.
깊이는 실내에서 넓이는 야외에서
두 번째로, 자연스러운 스침의 장입니다. 깊이는 실내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넓이는 야외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살롱 문화가 한창 되게 유행했었죠. 아주 깊이가 있는 모임들이죠. 취향관이라는 곳도 있었어요. 지금은 영업을 잠시 중단을 한 것 같지만 취향이 같은 아주 결이 같은 사람들만 모으는 그런 모임들이 있었습니다. 깊이를 만드는 공간인데 이런 공간들은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으면 뭐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 우리 동네에 있다고 하더라도 존재 자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콘텐츠를 갖고 멋진 운영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음에도 알기가 어려워요. 다 나눠져 있습니다. 구분이 돼 있습니다.
제가 충남대 온 지가 딱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앞으로 한 25년 30년 있어야 될 학교니까 학교 앞을 탐험하기 시작했어요. 봤더니, 충남대 졸업을 했는데 자기 전공이랑 무관하게 이상한 일을 하는 분들이 자꾸 눈에 보이는 거예요. 행정학과 나와서 수제 맥주 만드는 분도 있고 정치외교학과 나와서 빈티지 옷 가게 하는 분들도 있고 그런데 서로서로를 모릅니다. 왜냐하면, 다들 실내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동문이자 같은 동네에서 재미있게 잘하는 분들인데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교류가 안 됐던 거죠. 밖에 있는 학생들도 이런 게 있는지 잘 모르고.
충남대 정문입니다. 이유가 이런 데서 나오죠. 15차선이 대학교 앞에 있다는 게 저는 사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자동차길로 다 막혀있고 사람들이 자동차 피해서 얼른 실내로 쏙 들어가 버리니까 사람들이 동네에 누가 있고 어떤 행동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는 거죠. 저의 꿈은 15차선을 도로 다이어트를 해서 4차선 만드는 게 장기적인 비전이고 일단 이런 문화들 좀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을 해서 여기를 4일 동안 차를 막고 사람들이 공원이나 미니 광장처럼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면 실내에서 딥하게 했던 분들이 한 명씩 나와서 우리 동네에 저런 요가하는 사람도 있구나 우리 동네에 수제 맥주 마시는 지역 선배도 있구나 등등 알 수가 있게 되겠죠. 일단 거기서 절친이 되지는 않겠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스치듯 흘깃 볼 수 있게 존재를 알 수 있게 그래야 거길 찾아갈 수가 있고 어떤 사람인지 인식이 되니까. 로컬 크리에이터 분들이 길로 슬슬 나오면서 서로를 보게 됩니다.
제가 학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대학교가 굉장히 여러 학과가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학과가 뭘 하는지 서로 전혀 몰라요. 충남대학교랑 카이스트가 붙어있어요. 걸어서 갈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두 학교에는 학생들이 노는 구간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요. 외국인들이 가는 술집 밥집 가게가 완전히 분리돼 있고 지역분들 고등학생 700미터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동네 완전히 다 분리가 돼 있는 거죠. 이번 방학 때는 충남대 건축학과랑 카이스트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함께 의자 디자인 같은 것도 자기들끼리 했더라고요. 새로운 게 계속 얽히고 서로 편집이 되어야 새로운 창의성이나 창조력이 나오는 건데 실내에서 계속 깊이만 파다 보면 안 나온다는 거죠. 실내 깊이도 무조건 필요하지만 실외 야외 활동을 통해서 넓이를 넓히고 폭을 넓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되는 겁니다.
힙한 동네? 지방대의 지식을 지역에
저는 지방대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제가 학교 오고 1년밖에 안 됐는데 망한 가게가 너무 많은 거예요. 가면 맨날 인테리어 하고 있어요. 우리랑 D.I.T.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아무튼 지방도시에서 가장 끝까지 안 망하는 게 국립대거든요. 지역마다 국립대가 있잖아요. 그럼 여기가 지역이나 역할을 해야 되는데 지금까지 그런 게 좀 약했었죠.
포틀랜드라는 도시죠. 이런 도시가 나오게 된 배경 중에 큰 원인이 주립대학교의 슬로건이에요. 우리의 지식이 지역에 도움이 되게 하자. 우리나라랑 마찬가지로 지방대 위기를 엄청 심하게 겪다가 학교 캠퍼스 담장을 올리고 지역이랑 같이 일을 하기 시작을 하고 지역 커뮤니티랑 지역에 있는 팀들이랑 같이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을 지역에 도움이 되게 지역과 동네 학교가 함께하는 걸 통해서 극복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까 같은 그런 힙한 동네가 되게 된 거죠.
그냥 한 번 재밌게 잘 놀았네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동네를 바꿀라면 이걸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고 데이터나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게 지방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어떤 사람이 들어와서 어디에 앉아서 뭘 하고 있나 자동차만 다니던 길을 사람 가는 길로 바꿨을 때 이런 행태 변화가 일어나고 이런 만족도가 일어나고 변화가 일어나니까 이렇게 말하자라는 백 데이터가 나오겠죠. 이런 데이터가 나와야 지역이 장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거죠.
청년을 이끄는 지역의 어메니티
다들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D.I.T.라는 필터를 거치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됩니다. 단톡방에 계속 벌어지고 다른 프로젝트가 파생이 되고, 이런 게 나오거든요. 제가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로컬브랜드 이름은 바뀌고 있지만 17년째 하고 있는데, 어떤 커뮤니티 빌딩 프로그램보다 몸을 쓰고 땀을 흘리는 게 가장 빠르고 가장 오래가는 커뮤니티 방법인 것 같아요. 다들 지역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았던 분들이 D.I.T.라는 걸 통해서 다양성을 넓혀가고 다양성이 있다는 걸 인식을 하면 그거 자체가 어메니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우당탕탕이라는 연구실 이름처럼 계속 일을 하고 있고요. 제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건축관의 작가로 가면서 지금 베니스에 전시가 돼 있는 것 중 하나인데 이런 식으로 친구가 쌓아간다는 거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