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재활용 폐기물 분리와 종량제 봉투 처리를 담당한지 꽤 오래됐다. 제일 귀찮은 건 음식물이 담겼던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용기를 물로 씻어야 할 때다. 음식물을 먹은 사람들이 거기까지 처리를 해주면 좋은데 '나몰라라' 할 때가 많아 짜증을 내게 된다.
솔직히 음식물이 묻은 용기에 날파리라도 보이면 집어던지거나 종량제 봉투에 쑤셔박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근본적으로 쓰레기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각종 택배 주문과 형편상 사오는 음식이 늘면서 사나흘만 방치해도 보기 싫을 정도의 쓰레기가 모아진다.
대한민국의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법에 따라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는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소각장 추가 건설과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신규 쓰레기 소각장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 부지를 선정해 결정·고시했다.
현재 하늘공원 인근에 있는 마포자원회수시설 바로 옆 부지에 2만1000m² 규모의 소각장이 새로 들어설 예정으로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7년 공사가 끝난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과 주민들은 기존 750t 규모의 소각장도 모자라 옆 부지에 새로운 소각장을 또 짓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각장 지하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암동 부지를 선정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지만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소각장 설치가 진정한 대안이 아니다. 쓰레기를 처리할 또 다른 장소가 아니라 쓰레기를 처리할 올바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서울시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15년간 1t 트럭 1억 1천만 대 분량의 쓰레기가 매립된 난지도의 '쓰레기섬' 오명 750t 규모의 소각장에 따른 고통을 감내했는데 또 소각장을 만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마포구는 이와 관련해 소각장 예정부지 등에 대한 토양오염 조사를 벌여 불소 수치가 기준을 초과했다며 서울시에 정화활동을 요구 중이고 일부 구민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소송단을 모집 중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상암동이 최적지로 판단돼 결정된 이상 소각장 추가 건설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선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고 서울시와 다르게 나온 불소 검출도 마포구와 재조사를 하고 필요하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겠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신규 소각장을 짓기 전에, 기존 소각장 시설을 개선해 성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혼합 배출하는 방식에 맞춰 고화력 소각로로 설계돼 있어,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소각로가 과열된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각 성능을 78% 정도로 감량 운용하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시설 개·보수로 성능과 효율을 개선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 역시 올바른 재활용 분리배출과 생활폐기물 전처리로 소각량을 줄일 수 있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마포구는 지난해 실제 배출된 20ℓ종량제 봉투 100봉지를 분석한 결과 64.3%가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었고 재활용 촉진에 대한 주민홍보만으로 56.58% 감량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또 전문 장비를 통해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는 재활용 자원을 걸러내는 전처리를 하자 소각해야 할 쓰레기 양 자체가 87%가 줄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는 하루 3200t. 쓰레기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1600t이고 30%만 감량해도 2240t 으로 현재 운영 중인 네 곳의 소각장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시도 일면 이에 공감하며 마포구의 전처리 시설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냄새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고 각 자치구가 장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강남의 소각시설과 수도권 매립지를 활용하고 있는 송파구가 서울 자치구 가운데는 거의 유일하게 소각이 아닌 가수분해 기술을 이용한 생활쓰레기 신기술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물과 작용시켜 생활쓰레기를 분해, 압축한 후 이를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인데 다만 아직 기술의 완성도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령 이런 기술로 각 자치구가 생활쓰레기를 처리한다 해도 내 주변에 쓰레기 자체가 모여지는 것 자체가 싫다는 사회적 분위기 여전하다면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국은 시민들이 귀찮지 않도록 아예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도 생활쓰레기를 땅에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땅이 넓은 나라의 이야기이며 옳다고 볼 수도 없다.
수도권은 2025년, 다른 지자체는 2030년이면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는 대한민국. 소각장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다른 대안이 없다면 말 그대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과연 소각만이 유일한 답인가? 시간상 불가피하다면 신규 소각장을 준비하되 최대한 재활용률을 높이면서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기술을 개발하고 발굴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된다. 정부나 지자체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서울에 소각장을 추가해 대비할 수밖에 없다. 소각 외 입증된 좋은 기술이 있으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예산낭비했다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지금이라도 신규소각장을 무용지물로 만들만한 기술 개발과 쓰레기 양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학계, 기업 등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시민들도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려고 더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쓰레기라면 또 소각이라면 진절머리를 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설득하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