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추락하는 증시…'긴축 발작' 언제까지?

'내년에도 5%대 기준금리' 연준 전망에
달러 가치 치솟고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
환율 1350원 안팎…코스피 2500선 붕괴
"시장 불안 심리 당분간 이어질 전망"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가 내년까지도 연 5%선 위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최신 전망이 나오자 국내외 금융시장은 추석 연휴 전까지 주중 내내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연고점을 연일 경신했으며, 코스피 지수는 2500선이 붕괴됐다.
 
연휴 기간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 등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들이 예정된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가 결정될 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진 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긴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 가치·국채 금리 급등…코스피는 2500선 붕괴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356.0원까지 오르면서 전날 기록한 연고점(1349.5원)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장 후반엔 진정세를 보이면서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8원 오른 1349.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작년 11월 23일(1351.8원) 이후 10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최근 5거래일 동안의 상승폭은 19.2원에 달한다.
 
이처럼 달러 가치가 뛰는 건 미국 중앙은행 연준이 지난주에 내놓은 '기준금리 전망'의 영향이 크다. 한국시간으로 21일 발표된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최종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6%, 내년 중간값은 5.1%로 각각 제시됐다. 연내 0.25%포인트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내년에도 5%를 웃도는 고금리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특히 내년 중간값은 6월에 내놨던 전망치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뿐만 아니라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행보를 더 오래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연준 주요 인사 발언까지 잇따르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5%선을 돌파했다.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맞물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6선 위로 치솟았다.
 
연합뉴스

고금리 부담에 위험자산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2500선 아래로 밀렸다. 21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한 지수는 27일 장중 한 때 2445.51까지 밀렸지만 후반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가까스로 0.09% 소폭 반등에 성공해 2465.07에 마감했다. 지난 4월6일(종가 2459.23)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5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7335억 원, 기관은 1조 3100억 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가능성, 전미 자동차노조(UAW)의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가격 상승 압력 등 다른 미국발(發) 불안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된 점도 투심 악화에 일조했다.
 

"11월 FOMC 전까지 불안 지속 전망"…주목해야 할 연휴 변수는?


 
증권가에선 '금리 긴장'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11월 초로 예정된 연준 FOMC 회의 때까지는 통화정책 관련 우려가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원·달러 환율도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한 불안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정 위원은 "그 이후부터는 시장의 관심이 내년도 경기로 옮겨가면서 분위기가 차분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보다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내년 연준의 긴축 기조는 지금보다는 완화될 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강화를 비롯한 각종 이슈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며 "10월에는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모든 악재들이 주가에 소화된 이후에 시장에 접근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연휴 기간에 나올 주요 대외 이벤트 결과에 따라 추석 직후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휴 기간 동안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과 미국 연방 예산안 협상이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8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파월 의장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9일 새벽에 교육자들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연설할 예정으로, 발언 수위에 시장 심리가 좌우될 수 있다. 또 이달 말까지 미 의회에서 새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다음 달부터 연방정부 업무가 정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휴 직후 10월 4일부터 열리는 국내 증시는 장 초반 연휴 기간 대외 이벤트를 일시에 반영하면서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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