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횡령사고와 가계대출 급증 등 금융권이 시끄러운 가운데 이달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집중포화가 예상된다. 이번 국감에서는 은행권 내부통제와 가계부채 급증 문제, 라임펀드 등 이슈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증인출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11일), 금융감독원(17일),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공기관(23일), 예금보험공사·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서민금융진흥원(24일), 종합감사(27일)의 일정으로 국정감사를 예정하고 있다.
금융권 내부통제 도마 위…끊이지 않는 횡령 등 금융사고
우선 이번 국감에서는 금융권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한 질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은행 직원들의 횡령 및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7월 BNK경남은행에서 발생한 약 3000억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횡령사고가 대표적이다. 투자금융부 A씨가 201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사업장에서 횡령한 금액은 총 2988억원 상당에 이른다. 금감원은 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A씨가 자신이 취급한 PF대출의 사후관리까지 동시에 수행하거나 명령휴가도 한번도 간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 특히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이번 횡령 사건을 알면서도 고의로 당국에 보고를 지연한 사실도 지적했다.
지난 8월 DGB대구은행에서 발생한 일부 직원 무단 주식계좌 개설, KB국민은행 증권대행 업무 직원이 고객사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건 등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경남 진주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7년간 금융권에서 발생한 배임 금액은 1013억8000만 원이다. 배임을 저지른 임직원 수는 84명이다.
특히 지난해 5대 시중은행장이 모두 국정감사에 참석해 내부통제 사고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음에도 올해 또다시 이같은 금융사고가 다발적으로 벌어진데 대한 강도높은 질타가 예상된다.
급증하는 가계부채 주요이슈로 부상…대출규제 '오락가락' 논란도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는 101.7%로 올해 1분기 기준 선진국 73.4%와 신흥국 48.4%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가계부채 비율의 경우 앞으로 주택가격 상승 폭이나 대출금리 수준 등에 따라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은은 "향후 3년간 가계부채는 정책 대응이 없다면 해마다 4~6%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명목GDP 성장률이 연간 4%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내년부터 재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펴고 있지만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상환능력이 입증되는 경우'에만 50년 주담대를 허용하도록 했는데, 이 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됐다. 당국은 청년층이나 연금 등 노후소득이 확실히 있는 경우를 제시했지만, 정량화된 기준이 아닌 데다 사실상 검증은 은행이 알아서 해야 해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최근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또는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형 상품의 공급을 27일부터 중단하고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 및 주택가격 6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우대형 상품만 취급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연말까지 취급하기로 했던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는 불만도 실수요자층 사이에서 나왔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오락가락하며 현장에서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햇살론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서민금융 정책 상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등 관련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라임 등 펀드 손실 사태
라임 등 펀드 손실 사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 달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인사들에게 환매를 해줬다는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다선 국회의원은 민주당 김상희 의원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금감원 조사 내용에 반박하고 나서면서 이복현 금감원장과 야당 사이에 대결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수익자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김 의원 등에게 펀드를 환매해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익자인 김 의원과 판매사·운용사 간 사전 공모가 있었을 가능성도 검찰과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개방형 펀드는 당시 시점 기준으로도 정상적인 환매가 안 되는 펀드"라며 "그런 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은 명백하다"고 하는 등 김 의원에 대한 라임펀드 환매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금감원이 불법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유출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금감원장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라임펀드 특혜 환매 의혹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금융사 CEO 소환도 관심…IMF·WB 연차총회 참석으로 이번에도 은행장 참석할 듯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매년 IMF·WB 연차총회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해왔다.
이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장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IMF 연차총회나 해외IR 행사 등을 이유로 국감에 불출석하는 금융사 CEO들이 많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이번해에도 금융권 이슈가 많아 종합국감에라도 (CEO를) 세워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해외 일정이 매년 국감 일정과 겹쳐 이를 의도적으로 피해간다는 지적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마다 5대 지주 회장의 연차총회 참석은 고정된 일정이다. 매년 일정이 반복해서 겹칠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