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27일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 등에선 만난 귀성객들은 저마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귀성길에 올랐다.
고속버스터미널은 이날 승차 홈 인근 대기 공간마다 버스를 기다리는 귀성객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설레는 목소리로 "곧 내려간다"는 통화를 하는 시민들도, 버스 시간에 늦어 급하게 뛰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발걸음은 바쁘지만, 시민들은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고향 경주로 내려간다는 김효진(37)씨는 "엄청 오랜만에 가족들은 보는 거라 기대된다. 아들 집에 간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여느 때처럼 반갑게 맞아주실 거로 생각하고 빨리 보고 싶다"며 "부모님이 해 주시는 맛있는 음식 먹고 산책도 하면서 연휴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부산으로 향한다는 대학생 이동언(21)씨는 "추석 연휴가 길어 편하게 놀고 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동생이 고3이라 수험생 때 얘기나 겨울방학 때 여행 계획 등을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곧 내려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가족들에게 남겼다.
양소희(22)씨는 "연휴가 길어 거의 일주일간 가족과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다"며 "겨울에 가족 여행 계획이 있어서 같이 얘기 나눠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첫 명절에 대한 소감을 보이기도 했다. 양씨는 "마스크도 안 끼고 가족들도 더 많이 모일 수 있어 좋다"며 "오랜만에 다른 친척들 얼굴도 볼 수 있다"며 웃었다.
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대한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경주로 내려간다는 우복순(59)씨는 "외지에 있는 친척들도 다 온다고 들었는데 물가가 너무 비싸니까 한편으로는 기다려지는 마음도 있으면서 경제적으로는 걱정도 된다"며 "기다림과 걱정의 추석"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연휴를 맞이하러 내려간 이들도 있었다. 전날 서울역에서 만난 박모 (20)씨는 "연휴 전날 저녁 기차를 타려고 했지만, 예약을 못해 하루 일찍 내려가게 됐다"며 "일주일 정도 고향인 부산에서 친적들 만나고 과제 좀 하다가 올라 올 예정"이라고 했다. 함께 있던 이모(20)씨는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하자 "용돈 받으러 가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에서 전국 주요 도시로 가는 KTX열차 표는 대부분 매진됐다. 특히 이날 부산행 하행선은 입석을 포함한 모든 승차권이 매진됐다.
이날 오후 들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귀성 차량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고속도로 정체도 본격 시작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을 585만대로 예상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53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47만대의 차량이 각각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승용차로 서울 요금소를 출발해 전국 주요 도시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은 부산 6시간 50분, 울산 6시간 35분, 대구 5시간 55분, 광주 5시간 30분, 강릉 3시간, 대전 3시간 50분이다.
이미 이날 오전 7~8시쯤 시작된 지방 방향 정체는 오후 6~7시쯤 절정에 달한 뒤 다음 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방향 정체는 오전 9~10시쯤 시작돼 오후 5~6시에 절정에 이르다가 오후 7~8시쯤에는 해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