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는 지난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 랭킹 636위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에 세트 스코어 1 대 2(3-6, 7-5, 4-6) 패배를 당했다. 112위이자 한국 선수 최초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2회 우승을 달성한 권순우에겐 충격적인 결과였다.
패배를 인정하기 힘들었던 권순우는 경기 후 라켓을 수 차례 코트에 내리 찍으며 분풀이를 했고, 삼레즈의 악수 요청을 거부하는 등 행위로 논란을 일으켰다. 노박 조코비치(1위 세르비아)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경기가 안 풀리면 라켓을 부수기도 한다. 하지만 악수를 거부하는 건 신사의 스포츠 테니스 예절에 어긋난 행동인 만큼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권순우의 비신사적인 모습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대다수 네티즌들은 비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한 중국 누리꾼은 "피아니스트가 손가락을 사랑하고, 사진가가 눈을 사랑하고, 군인이 총을 사랑하는 것처럼 테니스 선수는 라켓을 사랑해야 한다"면서 "이런 선수는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해외 언론들도 권순우의 행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상대보다 순위가 500계단 이상 높은 한국 선수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악수를 거부했고, 당황스러운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아시안게임은 물론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을 제패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선배로서 권순우의 행동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문체부에 따르면 장 차관은 이날 최윤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에게 직접 전화해 재발 방지와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장 차관은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대회는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제 무대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있었던 문제 행동은 상당히 유감이며, 다시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선수단도 입장을 내고 "경기 종료 후 발생한 권순우 선수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대회 종료 후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