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원석 검찰총장은 '투명 인간' 인가

이원석 검찰총장. 류영주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휘하에서 현 검찰총장 이름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언론인이나 법조인이 아니라면 '이원석' 검찰총장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도 꽤 상당수 일 것이다.
 
이원석 총장은 검사 시절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검사 중 한 명으로 기억한다. 그는 조용했지만 치밀했다. 우리 말 중 '자박자박'이란 말이 있다. '가볍게 발소리를 내면서 자꾸 가만 가만 걷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란 뜻인데 필자가 생각할 때 이 총장은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일 처리가 깔끔했다.
 
2005년 쯤으로 기억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그는 수석검사로 재직했다. 당시 삼성 에버랜드 사건은 '뜨거운 감자' 였다. 이른바 '삼성 장학생들'로 불렸던 고위급 검사와 삼성 로비로 에버랜드 사건은 좀체 속도가 붙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림자처럼 조용히 수사를 진행한 검사가 있었다. 그가 이원석 수석 검사였다. 단어 그대로 그는 자박자박, 또 차곡차곡 에버랜드 수사를 살뜰하게 조사했다. 이 검사의 이런 노력은 훗날 김용철 당시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2008년엔 '삼성비자금 특검' 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조용 조용하며 치밀했던 검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그의 열의는 높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하자, 제주 지검장으로 있던 이 총장은 언론에 반대 칼럼을 적극적으로 게재했다. 민주당의 성급한 검수완박 추진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그 기고 글에 대해 당시 반론을 제기하자 이 총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오해가 있음을 필자에게 알려왔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입장은 다소 다르지만 토론이 가능한 검사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자나 깨나 지난 2년 간 이재명 대표를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인력, 수원지검 특수부 인력, 심지어는 성남지청 수사 인력까지 윤석열 사단이라 할 수 있는 특수부 핵심 인력을 총동원 했다. 문자 그대로 '올인'이었다. 알곡기로 털 듯 '탈탈 털었다'는 말은 단지 '수사'가 아니다. 그 결과가 오늘 새벽 드디어 공개됐다.
 
영장이 기각되자 서울중앙지검은 "영장 기각을 납득하기 어렵다" 고 즉시 반발했고, 한동훈 법무장관은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 총장도 "정당 대표라는 점이 고려된 것 같다" 고 출근길에 짧게 얘기했다. 그러나 그 설명들은 사건 규모에 비해 너무 턱없이 빈한하다.
 
수사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검찰총장의 몫이다. 작년 9월에 취임 했으니 이 총장 임기가 벌써 1년을 지난다. 지난 1년 간 그가 무엇을 했는지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
 
과연 그는 존재했는가. 존재했다면 어디에 존재했는가. 검찰총장으로서 그는 수사팀을 어떻게 무엇을 지휘했는가. 실질적으로 그는 수사 지휘권자 였는가. 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그는 또 얼마나 고심했는가. 총장 직권으로 수사 심의위라도 소집해 '발부'와 '기각' 가능성을 심도 있게 토론은 해보았는가. 수사 최고 지휘자로서 기각이 가져올 후폭풍은 어떻게 대처하려 했는가. 달랑 "당 대표인 점이 고려된 것 같다"고 설명하면 국민들은 납득할 것인가. 수 없는 물음이 터져 나온다.
 
이재명 대표 수사는 윤석열 정부 통치행위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간주했고, 법무 장관은 '잡범'에 견주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3 백 몇 번 압수수색을 하고, 6차례 소환 조사했으며, 두 번 씩이나 영장을 청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구속하는데 실패 했다. 그러는 동안 국회는 진흙탕이 되었다. 생명이라곤 도대체 자랄 수 없는 황무지 처럼 변모했다.  최악의 정치 실종 사태에 이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27일 오전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 1 야당 대표를 수사했으면 검찰총장은 명운을 걸어야 한다. 검찰청법 상 수사 지휘권자는 검찰총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행정기관 장과 사정 기관 장 간 가장 큰 대별점이다. 이 대표 혐의가 분명하든 아니든, 영장 단계에서 그것을 입증하지 못한 것은 검찰총장 책임일 것이다.
 
검찰은 대한민국 입법부를 지난 2년 간 비생산적 의사기구로 형해화시키는 데 한 몫을 했다. 이원석 총장은 그것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그 답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한동훈 법무장관의 몫도 아니다. 오롯이 현직 검찰총장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검찰총장 직은 '실세' 뒤에 그림자 처럼 숨어 다닐 수 없고 더욱이 투명 인간이 될 수도 없는 직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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