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27일 새벽 기각하면서 기사회생한 이 대표가 향후 당권을 어떻게 휘두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당과 원내 지도부 모두 '친명(친이재명)' 일색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체제를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으로 이 대표가 그간 과도한 '방탄'에 골몰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민주당의 논리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면 법원에 영장 발부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도 뒤집고 국회의원 개별 양심에 따른 가결 투표조차 '해당 행위'로 규정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은 곧장 '이재명 지키기'에 나섰다. 기권·무효까지 합쳐 당내서 최대 39표가 이탈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주류인 친명계는 소수파 찍어내기에 앞장섰다. 당내 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던 박광온 원내지도부와 탕평 인사였던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지도부엔 사실상 친명 최고위원들만 남았다. 여기에 26일 선출된 홍 원내대표도 범친명으로 분류되며 이 대표와의 '원팀'을 표방했다.
단식 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소위 '가결파'를 향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체포동의안 가결 이튿날인 22일 가결 투표자들을 향해 "해당 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영교, 서은숙 최고위원도 '절차에 따른 징계 가능성'을, 홍 원내대표도 '정치적 책임'을 언급했다. 관련해 당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실질적인 징계는 이 대표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명계와 비명계 갈등이 극심해질 경우 탈당, 분당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이 대표가 서둘러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당의 분열이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관련해 4선 안민석 의원은 중진 의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 "(부결 투표가) 당론으로 정해진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해당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CBS노컷뉴스에 "통합과 화합 리더십이 필요하지 일색으로 가는 건 이 대표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화되는 만큼 비명계의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며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까지 했는데 끝내 가결돼 리더십이 훼손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 체제가 공고히 계속될지는 여론에 달렸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이 대표에 반대하는 당내 세력이 30명이라면 50명 이상으로 다수가 될 때 이 대표가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