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인해 위축된 공급 활성화를 위해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공급 대책을 내놨다.
신도시의 물량과 속도를 모두 끌어올리면서 공공을 마중물로 활용하는 동시에 민간에는 규제완화와 지원강화 등 사업 유인을 제시했는데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얼어붙은 주택시장…3기 신도기 3만호 이상 확대 등 공공 부문 마중물로 활용
정부는 26일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인허가와 착공 물량의 대거 축소로 인해 공급난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하면서 전방위적인 대책이 제시됐다.
올해 수도권 26만호, 지방 21만호 등 47만호 공급을 목표로 삼았지만 8월까지 인허가량이 전년 동기 대비 39%나 줄어들면서 21만여 가구에 그칠 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인허가를 받았음에도 올해 상반기가 지나도록 착공을 시작하지 않은 물량만 전체 인허가량의 63.3%, 33만1천호에 달할 정도로 건설업계는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직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공공 부문의 핵심 중 하나인 3기 신도시의 공급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공원녹지(34%)와 자족용지(14%)가 충분한 탓에 이를 축소해 주택용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3만호 이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진현환 주택토지실장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완료된 물량이 3만호"라며 "추가 협의가 진행되면 3기 신도시 물량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도시 공급물량을 3만호 이상 늘리기로 한 것은 공공을 공급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업성 여부가 불확실한 민간과 달리 공공부문은 이익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업을 완료하기만 하면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신규 공공택지 조성 물량 17만호로 2만호 확대, 민간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공공택지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전환해 공급을 5천호 가량 늘리는 방안 등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공공도 추가 업무여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단순하지만 실익이 확실한 공공물량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고, 긍정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전매·무주택간주·부동산PF 등 각종 지원책 동시 제시…"긍정적이지만 효과는 제한적" 전망
민간 분야에서의 각종 규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완화한 것도 일단 위축된 공급시장을 어떻게든 정상화시키고 보자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공동주택용지 전매제한 1년 한시 완화, 분양의 임대전환 공급 촉진, 공사비 증액 기준 마련, 인허가 절차 개선, 건설인력 확충 등은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처방은 아니지만 공공 지원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파트보다 공급 속도가 빠르고, 인허가와 착공물량이 급감한 아파트의 대체제인 다세대와 연립,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 건설자금 융자를 한시 지원하기로 한 것도 속도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60㎡ 이하인 소형주택을 보유했더라도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은 해당 주택을 보유한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간 부실화 우려로 인해 좀처럼 손대지 못하고 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정상화를 위해 지원 규모를 기존 20조원의 2배인 40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사업장들의 돈줄이 마련해 줘야 공급에도 숨통이 트인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같은 전반적인 정책 제시에도 공급이 극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은형 위원은 "지난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주택 공급확대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이번 대책 수준으로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대책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 보증을 지원을 크게 늘렸다고 하지만 대규모 단지 몇 곳 정도면 모두 소진될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간 업계에서 요구해 온 오피스텔을 보유 주택 수 산정에서 빼는 등의 극적인 조치가 없는 데다, 민간부문의 사업성을 높이는 부분 또한 대책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