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루시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던 수트 차림의 퇴마사 존 콘스탄틴. 오컬트와 액션이 어우러진 장르 안에서 키아누 리브스 특유의 분위기가 녹아들며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장르 영화 '콘스탄틴'이 탄생했다. 흥행 메이커로 손꼽히는 제작사 외유내강과 막강 티켓 파워를 지닌 강동원이 손잡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바로 한국형 '콘스탄틴'이다.
대대로 마을을 지켜 온 당주집 장손인 천 박사(강동원)는 정작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가짜 퇴마를 하며, 의뢰받은 사건들을 해결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귀신을 보는 의뢰인 유경(이솜)이 천 박사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건네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천 박사는 파트너 인배(이동휘)와 함께 유경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쫓으며 자신과 얽혀 있는 부적인 '설경'(說經, 한지에 경문을 비롯한 문양을 새긴 부적)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처럼 '천박사'는 원작 웹툰의 주요 설정과 요소만을 가져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빙의'가 심리와 오컬트의 조합이었다면, 영화로 각색된 '천박사'는 코미디와 액션, 오컬트의 조합이다. '빙의'가 오컬트에 가까웠다면 '천박사'는 액션에 가까운 장르영화로 완성됐다.
'천박사'는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설정과 영화의 최대 허들로 작용하는 어색하게 다가오는 CG를 '코믹' 요소와 강동원의 멋짐을 통해 중화하고자 한다. 진지한 오컬트만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코믹 액션을 가미함으로써 영화의 지향점이 '재밌는 오락 영화'라는 점을 주지시키며 오락 영화로서의 길을 간다.
영화가 가져가고자 하는 모든 장르적 요소를 이들이 각각 맡아서 주거니 받거니 하기에, 이들 네 명이 한 팀을 이룰 때 비로소 '천박사'라는 장르 영화가 완성된다. 강동원을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천박사 퇴마 연구소'라는 제목에 걸맞은 '팀업 무비'인 셈이다.
보통의 웹툰이 원작과 일치율을 중요시한다면, '천박사'는 원작과 다른 길을 택하면서 주인공 캐릭터의 '올바른' 미스캐스팅을 선보였다. '미남 배우' 계보에서 당당하게 한 축을 담당하는 강동원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다. 그동안 '군도: 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 등에서 논란 아닌 논란을 일으켰던 이른바 '강동원 효과'를 떠올릴 정도로 '강동원 얼굴 클로즈업'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코미디가 가미된 영화답게 '기생충' 패러디라 등 여러 가지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유머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는 이동휘가 연기한 인배다. 인배는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오컬트라는 장르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인 '유쾌함'을 잊지 않도록 상기시킨다.
카메오의 특별한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박명훈, 이정은, 조이현, 블랙핑크 지수, 사실상 조연이라 봐도 될 정도의 존재감을 선보인 박정민 등 카메오로 등장한 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를 보면 극 중 박명훈이 외친 '리스펙!'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충무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배우 박소이뿐 아니라 '밀수'에서도 활약한 윤병희, 주보비, 박경혜는 '천박사'에서도 짧지만 인상 깊은 열연을 선보인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라는 '명탐정 코난'스러운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후속편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1개 있으니 마지막까지 방심해선 안 된다.
98분 상영, 9월 27일 개봉, 쿠키 1개 있음,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