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시가행진' "군사강국 보여줘"vs"구시대적 발상"

태극기 흔들며 반기는 시민들 "군사력 덕분에 우리가 잘살아"
'구시대적 발상'…"도심에서 하니 전쟁 분위기 고조시킨다"
참여연대 "힘에 의한 평화는 없어…평화의 목소리 필요"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일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군 장비부대와 군장병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도심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길가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일부 시민과 시민단체는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일대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국군 무기와 장비들이 시가행진을 벌였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일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군장병들이 태권도 시범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광화문 일대는 행진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다수 시민들은 곳곳에서 군이 나눠주는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탱크를 맞이했다.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들은 어린아이를 무등 태워 행진하는 군인들에게 손인사를 하도록 하기도 했다.

동대문구에서 온 60대 임모씨는 이번 행사를 격하게 환영했다.

임씨는 "(도로 통제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며 "이번 행사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이런 군사력 덕분에 잘 사는 것 아니냐"며 "해외를 많이 나가서 공부해봤지만 우리나라만큼 잘 살고 좋은 나라가 없다"고 덧붙였다.

시가행진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 김정록 기자

50대 최선영씨는 "옛날에는 이런 행사를 자주 봤다.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찾아왔다"며 "이번에는 10년만에 한다고 한다. 그동안 북한만 (군사력을) 보여줬는데 우리도 한 번쯤 보여줘야 국민들이 안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가행진이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행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용운(74)씨는 "요즘에는 시가행진 같은 것은 안 어울리는 것 같다"며 "도심에서 하는 건 전쟁 분위기만 고조시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에서도 '저놈들이 전쟁 연습하는구나'하지 않겠나. 옛날에는 우리도 한미훈련도 거의 안했는데, 이렇게 하면 (북한도) 더 불안해서 (군사훈련을) 더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가행진으로 서울 도심 곳곳에 도로가 통제되면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광화문 인근에서 회사를 다니는 홍모(32)씨는 "오후부터 북적북적하고 통행을 막으니 불편했다"며 "북한을 견제하는 것도 좋지만 굳이 서울 한복판을 막고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시가행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박희영 기자

이날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힘에 의한 평화는 없다'며 항의 기자회견과 현수막 퍼포먼스를 벌였다.

참여연대 이미연 정책기획국장은 "힘으로 근본적 평화를 살 수 있나? 미사일 더 개발하고 실험해서 북한이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하지 않나? 북한이 '아이고 무서워'하며 '더 이상 핵 개발 안할래'라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이 더 이상 적대주의와 갈등과 교착 상태에 교전지대가 되지 않도록 평화의 목소리를 더 내고 대화의 외교와 균형의 외교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사무처장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사는 시민들에게 국군의 위상과 존엄은 최첨단 전투기와 장갑차와 군대의 시가행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국군의 위상과 존엄이 만약 있다면,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국군의 태도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기자회견 도중 '집시법을 위반했다'며 채증하겠다고 방송하기도 했다. 행진에 찬성하는 일부 시민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다만 경찰이나 시민들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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