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기능이 거의 마비되는 '셧다운'(shutdown·일시적 업무정지)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3대 신용평가사 중에선 무디스가 유일하게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10월 1일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오는 30일까지 하원에서 2024년도 예산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 연방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한 채 정부 기능이 사실상 멈추게 된다.
국방과 치안 등 공공 안전 분야를 제외한 연방정부 근로자 수십만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5월에도 미국에는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 하원에서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닥치기도 했다.
당시 민주·공화 양측은 미 연방정부 부채에 대한 한도 적용을 새 정부가 들어서는 2025년 1월까지 유예하기로 하는 대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을 줄이는 조건으로 합의점을 겨우 찾았다.
후폭풍도 있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부채 한도 협상'이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미 정치권 갈등이 되풀이 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지난달 1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AAA→AA+)한 것이다.
부채 한도 협상이 연방정부의 지출을 위해 국채 발행을 허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면, 이번 예산 협상은 어디에 얼마를 쓸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공화당내 보수 강경파가 현 예산안에 대한 불만으로 예산안 통과를 거부하면서 셧다운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내년도 정부 지출을 지난해 수준으로 줄이지 않는 한 양보는 없다고 버티면서, 12개 세출 법안 가운데 단 한 건의 법안도 상·하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부채 한도 협상' 때처럼 케빈 매카시(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이 '임시 예산안' 등 셧다운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임시 예산안'은 일단 10월 한달동안 필요한 예산안을 임시로 승인하면서, 대부분의 정부 기관에 약 8%의 지출 삭감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우선 한달간 시간을 벌어보자는 것인데,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반기지 않는 분위기여서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한 매카시 의장은 12개 세출 법안 중 국방, 국토안보, 농업, 국무 등 4개의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단순히 4개의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만으로는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정부 셧다운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다 '트럼프 변수'까지 더해져 상황이 더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공화당은 부채 한도 협상에서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지갑이 갖는 힘을 동원해 이 나라를 지키라"고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 중 두 차례 정부 셧다운을 경험한 바 있다. 두번째 셧다운은 35일을 지속해 미 역사상 최장 셧다운을 기록했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CRS)은 이날 보고서에서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이 미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라며 "셧다운이 될 경우 직접적인 GDP 감소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