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으로 지갑이 탈탈 털리고 있어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회사에 재직 중인 사회초년생 조모씨(27)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회사에서 식대 지원을 받지 못해 매일 점심값으로 고민이 많다. 그녀는 "회사 주변 식당들은 대부분 밥값이 1만 2천원 정도 하는데 여기에 커피까지 마시면 하루에 1만 6천원은 그냥 나가는 셈"이라며 "점심마다 지출이 너무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푸드테크 기업 식신이 자사 서비스인 '식신e식권'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서울 평균 식대 결제 금액은 1만 2285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8%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직장인 점심 비용 증가는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기준 외식 가격은 삼계탕(1만 6846원), 비빔밥(1만 423원), 냉면(1만 1231원) 등으로 치솟았다. '만원의 행복'은 옛말일 뿐 만원으로는 직장인이 점심 한 끼조차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외식 가격에 큰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은 외식을 하지 않고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스토어매니저로 일하는 유모씨(25)는 "점심시간이 되면 근처 회사의 직장인들이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삼각김밥을 많이 산다"며 "도시락은 진열돼있던 상품이 다 팔릴 때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편의점 업체 이마트24에 따르면 올해 1월~2월 이마트24의 도시락 상품 매출은 지난해(2022년) 대비 25% 증가했다. 그중 전년 동기간 대비 오피스 상권 매출(47%)이 가장 많이 늘어났으며, 11시부터 13시까지 매출 비중이 22.4%로 하루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외식비에 대한 부담으로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편의점에서 점심 한끼를 해결함으로써 매출이 늘었다고 본다"며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편의점을 찾아 도시락, 간편식 등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또 도시락을 직접 싸는 직장인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HR(인사관리)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5.5%가 '점심값이 부담된다'고 답했으며 식비 절약을 위한 방안에 대한 응답으로 '직접 도시락 싸오기(41.1%)'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회초년생 김모씨(26)는 "월급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 점심값으로 나가니까 부담이 돼서 직접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며 "아침마다 정말 귀찮지만 돈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이 계속해서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외식업 매출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생필품은 필요에 따라 사는 빈도가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직장인들은 점심을 안 먹을 수가 없으니까 물가 상승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외식 가격이 계속 상승해 더 많은 직장인들이 도시락과 같은 다른 방법을 취하면 계속해서 외식업 매출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25일자로 노컷비즈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