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용진 부회장과 허구연 총재의 만남에 쏟아지는 시선

정용진과 허구연, 판정 항의 문제로 거리낌 없는 회동
판정 문제로 구단주들이 일일이 방문해도 만나줄 것인가
반복되는 허구연 총재의 부적절한 행보
10개 구단 모두가 판정의 수혜자이자 피해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매지 않는 사려깊은 처신 아쉬워

정용진 SSG랜더스 구단주와 허구연 KBO 총재. 연합뉴스

잘못된 만남은 아니다. 그러나 만남에는 때와 장소가 있다. 더구나 셀럽이라고 불리는 유명 인사의 만남은 더욱 그렇다.
 
지난해 11월 7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주목을 끄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용진 SSG랜더스 구단주와 허구연 KBO 총재였다. 한국시리즈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KBO 총재가 특정 구단주와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은 분명히 의아스러웠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불편한 장면임에 틀림없다.
 
SSG 랜더스는 6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 사람의 만남과 SSG 우승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 두 사람의 만남이 경기운영과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허구연 KBO 총재가 하필, 저 시간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특정 구단주와 함께 경기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거꾸로 허구연 총재는 상대팀에게는 저런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오해는 진실의 반대편에 있지만 정황이 제시되면 설득력을 얻는 묘한 능력이 있다.
 
이런 오해를 두 사람이 또 다시 연출했다. 지난 22일 정용진 SSG구단주가 갑자기 KBO를 방문해 허구연 총재와 30분 간 면담했다.
 
판정이 나온 뒤 심판진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김원형 SSG 감독. SSG 랜더스 제공

전날 있었던 SSG와 LG와의 경기에서 나온 오심 때문이었다. SSG 선수가 친 타구가 1루심 몸에 맞으면서 파울이나 페어가 아닌 볼데드가 선언됐다. 이 판정으로 경기의 흐름이 바뀌면서 SSG는 역전패했다.
 
오심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오심은 영원히 사라질 수 없다. 그래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명언 아닌 명언이 나왔다. 해당 경기 심판은 결국 올 시즌 잔여 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정용진 구단주의 용감한 행보다. 정용진 구단주의 야구열정은 익히 알려져 있다. 
 
오심에 분노하는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정용진 구단주의 용기는 사이다로 느껴지기도 한다.
 
정용진 구단주는 허구연 총재를 만난 뒤 "야구에 오심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오심 하나로 저희 SSG팬들께서 실망하시고 우리 감독, 우리 선수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용진 구단주의 이 말은 SSG팬들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겠지만 다른 구단 팬들에게는 뭔가 KBO에 대한 압력처럼 느껴져 불편하다.
 
특히, 특정 구단의 구단주가 치열한 5강 싸움을 펼치는 와중에 심판 판정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며 KBO 총재를 방문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SSG팬들에게는 '용진이형의 용기'로 평가받지만 상대팀으로서는 압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
 
야구팬들 사이에 '오심에 따른 유불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모두 판정의 수혜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 구단주의 불편한 심정 표출은 자주 애용하는 SNS로도 충분하다. 
 
허구연 KBO 총재의 자세도 문제다. 허구연 총재의 부적절한 행보는 이미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지적됐고 이후 리그의 불공정 운영 논란에서 지난 총재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않다.
 
정용진 구단주와의 회동을 계기로 앞으로 다른 팀 구단주가 오심을 이유로 KBO를 방문한다면 허구연 총재는 그때마나 만나줄 것인지 의문이다.
 
KBO는 앞서 SSG구단의 고교야구 스카우트 탬퍼링(사전접촉) 사건 때 솜방망이 처벌로 한차례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허구연 총재는 또, 지난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잠실야구장에 초대해 만남으로써 정치적 시비까지 일으킨 적이 있다.
 
야구장에서 공정한 판정은 KBO 총재의 중립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정 구단주의 KBO 방문과 허구연 총재의 응대로 오심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나 가능성은 없다.
 
정용진 구단주의 야구열정과 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KBO 전격 방문에 불편한 시선이 더 많은 이유다.
 
특히, 허구연 총재의 사려깊지 못한 응대는 심판 판정의 무게를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 고쳐매는 일이 다시 없어야 할 것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