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카카오엔터 과징금 철퇴, '검정고무신'과 달랐던 쟁점

공모전 당선작 2차적 저작물권 독점 행위에 제동
업계 "기존 '매절' '독점권 부여' 사이 애매한 경계"
카카오엔터 "부당행위 없었다…법원 항소" 반발
웹툰·웹소설 플랫폼 IP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될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갈무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모전 당선작에 대해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자 "불공정 행위는 없었다"며 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히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모전 당선작가들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2차적 저작물권)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인정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4천만 원을 부과하기로 24일 결정했다.

카카오엔터가 2018~2020년 웹소설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들과 체결한 2차적 저작물권 계약에서 독점적 이용권을 인정하도록 하면서 당선 작가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고 본 것이다.

2차적 저작물권은 원저작물을 각색·변형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제작·이용할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공모전 요강에 "수상작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공모전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권리를 제한한 행위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콘텐츠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이에 반발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모전 당선작 계약, 왜 문제됐나


이번에 문제가 된 웹소설은 스토리 지적재산(IP)으로서 웹툰,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 영상물로 확장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문학의 변방에 자리하던 장르소설은 PC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를 거쳐 콘텐츠를 실시간 공유·소비하는 장르문학의 중심에 서면서 웹툰 못지 않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화산귀환', 카카오엔터의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이 대표적이다. 역사로 보면 1990년대 후반 나우누리 PC통신 공간을 배경으로 큰 인기를 끌며 출판과 영화로까지 제작된 로맨틱코미디 '엽기적인 그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에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 등장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의 힘과 시각적 힘인 웹툰이 만나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는 '노블코믹스'라는 장르까지 만들어냈다. 여기에 더해 출판, 굿즈, 영상화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2차적 저작물권의 확보는 이미 웹툰 못지 않게 중요해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원저작물의 IP는 물론 2차적 저작물 제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작가의 이익까지 독점함으로써 당선 작가들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이같은 제재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공정위에 유감을 나타냈다.

구성림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산업감시과장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당선작가들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하는 불공정 계약 체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4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정고무신' 매절 계약에서 2차적 저작물권으로 확대


이번 사안의 초점은 수익 배분의 문제가 아닌 창작자의 권리 침해 여부가 핵심이다.

논란이 됐던 만화 '검정고무신'처럼 출판사가 부당한 매절 계약을 통해 모든 수익을 사실상 독점하는 행위와 조금 차이가 있다. 카카오엔터의 계약상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수익은 원작자에게 지급되지만 제작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제한된다는 점에서 저작권의 또 다른 쟁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2차적 저작물권에 대한 제작 여부, 기한, 내용, 대상, 선택권 등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원작자의 권한이 제한돼 일각에서는 계약 내용을 보면 '매절'과 '독점권 부여'의 애매한 경계를 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작권 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 내용이 2차적 저작물권을 사실상 양도하도록 한 것인지, 제작시 허락을 얻는 계약을 하는 것인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공정위가 대형 플랫폼을 '우월적 지위'로 보고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때 창작자가 상대적으로 자기 권한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카카오엔터에게 유리한 계약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순히 원작자로부터 2차적 저작물권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독점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과정에 불공정한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봤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지적한 계약 조항은 '작가는 카카오페이지(포도트리)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대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아래 각호와 같은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카카오페이지(포도트리)는 제3자를 통하여 아래 각호와 같은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경우, 카카오페이지는 작가에게 사전에 서면(전자메일 포함)으로 고지하고 승인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공모전에서는 해외 현지화 작품의 2차적 저작물권에 대해 다른 사업자보다 우선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카카오엔터 사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3자와 협상하는 경우 '작가는 카카오엔터에 제시한 것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3자에게 제시하지 못한다'는 거래 조건을 설정한 대목도 문제가 됐다.

만화가·작가 단체등이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의미하는 'Author's Right' 캠페인 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공정위와 카카오엔터가 법적다툼으로 간다면 이 조항이 원작자가 2차적 저작물권을 양도하는 것인지, 이용을 허락한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아울러 해당 계약은 카카오엔터가 업계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고려했을 때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가 2차적 저작물권 관련 계약을 거부하거나 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는 웹소설 시장에서 2020년 거래액·월 이용자수 기준 1위, 2022년 1월 웹소설 수 기준 2위를 기록했다.

해당 공모전에 당선된 28명의 작가 모두 2차적 저작물권 관련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공모전 응모작가들은 이 같은 내용이 적힌 안내문에 서명하거나 날인해 제출해야 했다.

공정위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약관의 실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향후 플랫폼 사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며 "법원에 항소해 부당함을 다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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