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선거 채비에 나섰다.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외연확장'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영입인사와 현역 의원 간 공천경쟁 신호탄이 켜졌다는 해석이다. 조 의원을 둘러싼 당내 불편한 시선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에서 조 의원의 영입을 알리는 '동행 서약식'을 열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조 의원과 포옹을 하며 "조정훈 대표는 국제 경제 전문가 출신으로 자유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딱 부합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조 의원은 현재 시대전환 소속 비례대표 의원으로, 의원직 상실 없이 국민의힘에 합류하기 위해 합당 세부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 소속으로 남양주 시장을 지낸 조광한 전 시장, 문재인 정부에서 국세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낸 김현준 전 청장, 제주경찰청장을 역임한 고기철 전 청장 등을 영입했다.
민주당 혹은 문재인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외연확장과 더불어 지난 정권의 실패를 부각하겠다는 포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보진영 출신으로 중도로의 외연확장이 가능한 인사들"이라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단식의 늪에 빠진 사이 여당은 인재영입으로 총선 준비를 시작했다는 대비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인재영입으로 시작된 당내 공천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 당 지도부에서 대통령실에 총선에 차출한 인사들의 명단을 제출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당 내부에서는 영입인사들의 행보를 더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
실제 조정훈 의원을 둘러싼 신경전은 마포갑 지역구를 두고 이미 불거지는 모양새다. 조 의원은 최근 마포구에 지역 사무실을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마포갑 출마를 공식화했는데, 합당 과정에서 지도부와 공천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조강특위에서 마포갑 조직위원장에 응모했던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지난 20일 마포갑에 지역사무실을 개소했고, 역시 같은 지역에 응모했던 이용호 의원은 "자객 공천할 데가 많은데 그런 데 가서 활약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조 의원을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이를 두고 이준석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조정훈 의원 하나 영입한다고 현역 의원 둘을 적으로 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의 영입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위성정당을 비판했던 조 의원이 정작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후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는 등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당적을 4번이나 바꾼 조 의원의 영입이 당의 외연확장보다는 분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조 의원을 향해 "때로 그것이 좋은 싫은, 옳든 그르든 비례대표 의원을 국회로 보내기 위해 투표한 지지층 국민의 절절한 마음은 실재하는 것"이라며 "정중히 고언드린다. 우리 정치가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YTN라디오에서 "우리가 가장 비판했던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어서 의원직을 시작했고 또 탈당했었다.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1호 인재영입 인사로는 부적격하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도 "반(反)민주당이라는 것 외에 인재영입의 기준이 모호하다. 보수에 물탄다고 진보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조 의원의 철새 행보에 당원들부터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편 조 의원은 입당식에서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다. 통합의 길을 열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겠다"며 "저를 때리시고 내일의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은 더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