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방사능 수치 등 이상 징후는 감지되지 않은 상태다. 다음달 초 2차 방류를 앞두고 모니터링 작업을 위해 우리 측 전문가들이 현지로 재차 파견됐지만, 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검증 결과를 받는 등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시작된 오염수 방류는 지난 11일까지 약 7800톤(t)을 달하는 양을 바다로 흘려보내면서 1차 방류를 마무리했다. 도쿄전력은 약 3주 간 설비 점검 작업 후 다음달 초 재차 2차 방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도쿄전력과 IAEA 측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향후에도 방사능 기준치 초과 등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한 도쿄전력은 오는 2024년 3월까지 모두 3차례 추가 방류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를 거친 오염수를 보관 중인 K4 탱크군 중에서 'B-C-A' 순서로 방류에 나서는데, 2차와 3차 방류 역시 각각 7800톤에 달하는 양을 바다로 내보낼 예정이다. 총 10개씩 3계열로 이뤄진 탱크군이 반복해 방류를 실시하기 때문에 4차 방류는 1차 방류 때 활용한 B 탱크군을 재차 사용하는 구조다.
이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오는 2024년 3월까지 1회당 7800톤씩, 네 차례 방류를 완료하게 되고 총 방류량은 약 3만1200톤에 달하는 셈이다.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을 위해 우리 측 전문가 3명도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개설된 IAEA 현지 사무소로 재차 파견됐다.
2차 방류를 앞두고 현지에 도착한 우리 측 전문가들은 IAEA 현장사무소 방문과 화상회의 때는 주요 점검 활동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원전 시설을 방문하는 과정에선 중앙제어감시실과 해수배관헤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우리 정부는 일일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제는 오염수 방류 점검 주도권을 IAEA가 쥐고 있기 때문에 우리 측이 직접 검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방류 개시 전부터 오염수 관련 갈등이 불거지면 인접국들과 직접 소통 대신 줄곧 국제기구인 IAEA를 통한 해결 방식을 고수해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관련 책임이 있는 일본 입장에선 직접 등판하기보다 제3기구를 통한 '과학적 접근'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오염수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고 초기 노심용융(멜트다운)을 부인하는 등 도쿄전력의 은폐와 거짓말이 사태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 당시 핵연료가 녹아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던 전력에 대해 공개 사과한 바 있다.
방류 전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직접 요청한 모니터링에 우리 전문가 참여 문제도 당초엔 IAEA 현지 개설 사무소에 상주하는 방안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약 2주에 한 차례씩 방문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일본 측은 윤 대통령의 요청에 즉답을 피한 채, 상주 문제가 IAEA 소관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었다.
우리 측이 일본에 제안한 기술적 권고안 4개 중 핵종 추가 부분도 결국 IAEA 권한 문제가 중첩적으로 연계돼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본 입장에선 뭐든지 IAEA를 통해 해결하고 싶지 않겠냐"며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일본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국제기구를 통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발간 후 비공개 처리된 국책연구기관 협동 연구보고서 내에 '한국은 IAEA의 논리에 의존하지 말고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공정이 신뢰할 수 있는지, 오염수가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독자적인 검토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등 내용이 담긴 것 또한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오염수 방류 기간이 최대 30년으로 알려져 있는 바와 달리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와 폐로 작업을 2051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일본 정부 계획에 대해 미야노 히로시 일본원자력학회 폐로검토위원장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데브리'라고 불리는 핵연료 잔해가 없는 원전도 폐로까지 약 30년 이상 소요되는데, 후쿠시마 원전에는 데브리가 남아 있어 30년 내 폐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일일 브리핑에서 박 차장은 "(오염수 방류를) 계획상으로 30년 내 끝나겠다고 하는 표현은 제가 아는 선에서는 없다"며 "30년 내외가 걸리는 걸로 판단하고 있고, IAEA 사무총장도 언급을 할 때 보면 '30년이 됐건 40년이 됐건 마지막 한 방울이 방류될 때까지 안전성을 확인하겠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썼다"고 했다. 우리 정부 역시 오염수 방류가 30년 이상 길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발언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