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강성 지지자들의 반란표 색출 작업이 가시화하자 '나는 부결 찍었다'라는 취지의 커밍아웃 릴레이가 의원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부'표를 던진 투표용지 인증사진을 지지자들에게 공개한 경우도 있었다.
22일 이재명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지지자가 민주당 어기구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메시지에서 해당 지지자가 '명단에 의원님이 있다는 게 너무 실망스럽습니다'라고 지적하자 어 의원은 "죄송합니다. (체포동의안을) 못 막아서요"라며 사진 한 장을 첨부했다.
첨부한 사진에는 어 의원이 체포안 표결 당시 국회에서 찍은 자신의 명패와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 투표용지가 놓여 있었다. 가·부란에는 '부'라고 수기로 적은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국회의원이 무기명 투표용지를 이렇게 외부에 공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처벌 규정은 마땅히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선거에서는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아울러 소셜미디어에는 민주당 의원들의 부결 커밍아웃 메시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거나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은 의원들이 특히 적극적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제 제게 체포동의안 가부를 묻는다. 전 부결표 던졌다"면서도 "당원의 지지로 탄생한 최고위원이 당원 신임을 잃었다. 사퇴하라면 사퇴하고 남으라면 남겠다"고 밝혔다.
이병훈 의원은 "제가 부결에 표를 던진 이유는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정권에 맞서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대표를 광야로 내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오섭 의원의 경우 "부결에 투표했다"면서 "무기명 투표라는 국회법 취지보다 당원들의 의문에 답하는 것이 도리라 여겨 말씀 드린다"고 적었다.
소병철 의원은 "저부터 부결표를 던졌지만 힘이 부족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함께하지 못한 것이 통탄스럽다"면서 "민주당과 이재명 당대표님과 하나로 뭉쳐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표결 직전까지 가결을 생각하는 의원들을 설득했다(강훈식)", "모두를 설득하고 관철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스럽다(장철민)", "어떻게든 이재명 대표님과 민주당을 지킬 길을 찾겠다(홍정민)" 등 부결 입장을 에둘러 밝히는 사례도 적잖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