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정기선·한화 김동관, 친환경 선박·방산 두고 같은 듯 다른 행보

방산·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빅2 사업 역량 집중…우선 순위는 달라
HD현대, '글로벌 최다 수주'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기술 집중…정기선, '친환경 선박 영업맨' 자처
한화오션, 9천억원 투자해 방산설비 확충 등 방산 집중…김동관 '방산 1호 영업사원'으로 나서

HD현대 정기선 사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로라 머스크(Laura Maersk)호' 명명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사장 옆은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머스크 의장이고, 가운데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이 선박은 메탄올을 연료로 쓰는 세계 첫 컨테이너 운반선이다. HD현대 제공

해양 환경규제 강화와 글로벌 방산 수요 증가에 조선 업계가 친환경 선박 및 방산 시장 선점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조선 빅2의 행보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HD현대와 한화오션 모두 친환경 및 방산 분야 모두에 사업 역량을 모으고 있지만 각사가 상대적 우위에 있는 분야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정기선 사장은 '영업맨'을 자처하며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1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1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로라 머스크호' 명명식에 참석했다. 이 선박은 세계 2위 해운사인 AP몰러-머스크(머스크)가 HD현대에 발주한 19척의 메탄올 추진선 중 가장 먼저 건조된 것으로, 메탄올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 운반선이다. 이 자리에서 정 사장은 "로라 머스크호가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기술 개발로 그린 오션 실현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 행사에 앞서 코펜하겐에 있는 만 에너지솔루션을 찾아 연구개발(R&D) 설비를 둘러보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초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친환경에너지 전시회에 참석해 업무협약 등을 주관하기도 했다.
 
HD현대 정기선 사장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 2023(Gastech 2023)' 현장을 찾아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HD현대 제공

방산 시장도 HD현대가 놓칠 수 없는 시장 중 하나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와 캐나다, 네덜란드, 인도, 호주, 필리핀 등이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중형 잠수함(2천~3천t급) 교체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규모는 70조원대로 추산된다. 폴란드는 3천t급 잠수함 3~4척을 신규 도입할 예정으로 사업 규모는 3조원(22억5천만유로)대로 추산되는데 최근 폴란드 프로젝트 예비 입찰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전 세계 11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이 최근 방위사업청에 대해서 제기한 가처분도 차기 관련 입찰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Ⅲ 5·6번함 건조사업 입찰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한화오션에 근소한 차이로 밀리게 되자 소송을 냈다. 한화오션의 최종 점수는 91.8855점으로 HD현대중공업(91.7433점)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는데 앞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HD현대중고업에 공유한 이 회사 관계자가 지난해 11월 유죄판결을 받음에 따라 이번 평가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은 것이 영향을 줬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국무조정실과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따라 '보안사고 감점 기준'을 일부 완화했으나, 불과 2년여 만에 세 차례나 기준을 개정하면서 강화된 감점 기준이 HD현대중공업에만 소급 적용돼 기술력 우위가 아닌 감점 여부가 수주를 사실상 결정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사고 감점기준이 계속 적용되는한 향후 관련 수주에서 불이익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이런 점을 공론화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 김동관 부회장이 5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개막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2023)'의 한화 전시장을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맞이해 한화오션의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Batch)-I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도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해 해외를 돌며 방산과 친환경 선박 세일즈에 한창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5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2023)'의 한화 전시장을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직접 맞아 한화오션의 3천t급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Batch)-II'에 대해 설명하며 적극적인 영업을 벌였다.

한화오션은 최근 2조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며 이중 9천억원을 방산설비 확충과 해외사업장 구축 등 방산 분야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중앙연구원을 공개하며 국내 조선업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설비인 '음향수조' 설비와 전세계 상업용 공동수조 중 가장 큰 규모인 '공동(空洞)수조' 등을 공개하며 "해외수출방산이 저희에게 중요하고 이제 국내 조선사들과 대결구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강중규 중앙연구원장)며 방산 기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한화 김동관 부회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친환경 선박도 한화오션이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김 부회장은 폴란드 일정이 마무리되기 무섭게 '세계 최대 가스에너지 산업 전시회(Gastech 2023)'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날아가 글로벌 에너지 기업 경영진을 만나 친환경 선박 영업에 나섰다. 김 부회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된 차세대 친환경 LNG운반선 등을 둘러보고 "미래 해양 시장을 선도하는 솔루션 마련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 2조원 중 6천억원을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 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HD현대와 한화오션 모두 친환경과 방산 등 팽창하는 특수선 두 시장 모두에 사업을 집중하고 있지만 HD현대는 친환경에, 한화오션은 방산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친환경 선박은 HD현대가, 잠수함 등 방산은 한화오션이 전신인 대우조선해양때부터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만큼 강점을 공고히 하면서 또 다른 신규 시장을 함께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방산에선 한화오션이, 친환경 선박에선 HD현대가 앞서는데 방산과 친환경 모두 빅2에겐 중요한 '미래 먹거리'"라며 "두 개 시장을 두고 양사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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