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천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50대 여성이 기존에 알려진 최초 신고 시각보다 앞서 담당 구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구청은 정확한 신고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진출입로 차단 시설도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부산CBS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일 온천천에서 실종된 A(50대·여)씨는 사고 전인 오후 5시 40분쯤 하전 물이 불어나자 37번 진출입로로 올라가 하천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10여 분 전 해당 지점을 관리하는 금정구청이 자동 차단 시스템을 통해 온천천 진출입로 39곳에 차단 시설을 작동한 상태였다. 출입구가 막힌 사실을 본 A씨는 발걸음을 돌려 하천으로 내려갔고, 결국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 결과 A씨는 119에 최초 신고가 접수되기 3분 전인 오후 5시 45분에 금정구청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천에서 빠져나가려던 A씨는 차단 시설이 내려온 것을 본 뒤 구청 대표번호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고, 담당 부서로 전화가 연결됐다.
하지만 금정구청은 당시 A씨의 정확한 신고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다 차단된 진출입로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정구청에 따르면 실종되기 전 A씨와 모두 4차례의 전화를 주고받았다. 오후 5시 45분 처음으로 전화가 걸려왔지만, 주변 소음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고 가까운 출구로 피하라고만 안내했다.
2분 뒤에는 구청 담당자가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마찬가지로 현장 상황과 위치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다시 2분이 지난 오후 5시 49분 A씨가 재차 구청에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위급 상황이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구청은 그제야 온천천 4번 출구 인근이라고 위치를 확인했다.
이후 구청은 소방에 구조 요청을 한 뒤 55분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음질이 불량해 통화는 종료됐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실종자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빗소리와 하천 물소리 때문에 통화음질이 너무 나빠 정확한 신고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를 요청하는 내용인 것은 확인했고, 신고자에게 산책로에서 가장 가까운 출입구로 즉시 나오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출입로 차단기가 안 열린다던가 열어달라는 등의 내용은 듣지 못했고, 출입구가 어떻게 되냐고 묻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비상 버튼을 누르고 나오라고 안내했다"며 "신고 지점이 정확히 어딘지 몰라서 차단 시설을 열기는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39개 모든 진출입로 차단기를 열 경우 다른 사람이 온천천에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시설을 열지 않았다"며 "해당 시설은 시민들의 인식을 통제하기 위한 시설일뿐 견고한 시설이 아니다. 강제로 밀어서 열 수도 있고 비상버튼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정구청은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에 전날부터 대책회의를 여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온천천 역시 수위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고 사고 당일 수위가 높아지자 선제적으로 시설을 차단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한 뒤 119 신고보다 먼저 구조 요청을 받았지만, 발생 지점이나 신고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한편 지난 20일 오후 5시 50분쯤 부산도시철도 온천장역 인근 온천천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A씨가 휩쓸려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관계기관은 실종 발생 지점부터 수영강 합류 지점까지 5.2㎞ 구간에서 사흘째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A씨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