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
폴란드 당국자들 사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축소 혹은 중지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전쟁을 수행중인 우크라이나와 그 동안 가장 강력한 동맹국 관계를 유지해왔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 동안 폴란드는 수백대의 소련제 전차와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미그-29 전투기 14대도 인도하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부 전선의 군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금까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탱크, 장갑차, 탄약 등 군사 원조 액수만도 30억 달러(4조원)가 넘는다.
또 서방 무기들이 우크라이나로 반입되는 후방 병참 기지 역할도 수행했다.
여기에 170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수용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
그런데 폴란드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에 선을 긋는 언행이 거듭 나오고 있다.
폴란드 총리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의 경우 최근 국영방송에 나와 "더 이상 어떤 무기도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 대변인 피오트르 뮐러는 총리의 언급에 대해 "이미 약속한 무기만 지원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언급들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또 한번의 긴 겨울 전투를 맞이하고 있는 마당에,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지지를 꺾을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 같은 언급들이 두 나라 사이의 국민적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폴란드의 손절 움직임은 국내 정치와 맞물려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폴란드는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극우 정당 지도자가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공언하고 있다.
이는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무분별하게 폴란드에 유입되면서 폴란드 유권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민들의 여론이 악화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폴란드 외에도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인근 국가들에서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유입으로 반(反) 우크라이나 정서들이 생겨나고 있다.
슬로바키아도 이달 30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한편, 폴란드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21일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총리는 우리가 현재 폴란드 군대를 현대화하기 위해 구매하고 있는 새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하지 않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날 회담 후 3억 2500만 달러(4350억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안을 공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전한 지원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