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필요 역설한 김동철 한전 사장…4분기 인상안 향배는

취임사하는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 연합뉴스

국제유가 폭등으로 에너지 위기 재발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4선 의원 출신 김동철 한국전력 신임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200조 부채' 위기에 빠진 한전 정상화 방안을 두고 정부‧여당 내에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지만 인상 폭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21일 한전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4분기(10~12월) 전기요금 결정을 앞두고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으로 동결했다. 한전이 발표한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보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3분기와 마찬가지로 ㎾h(킬로와트시)당 5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위기가 일면서 석유과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에 주로 활용되는 에너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따라 전력 도매가격이 요동친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 도매가격은 지난해 8월 ㎾h당 198원에서 시작해 같은해 12월에는 268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이 진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최근 4개월 간 140~150원대를 오가며 하향세를 보였다. 
 
문제는 최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선언을 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폭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총 부채가 201조원에 달하는 데다, 누적 적자만 47조원을 초과한 한전 입장에선 에너지 위기 재발로 인해 존립이 위협 받는 수준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한전 새 수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요금 인상'을 언급했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요금 인상의 선제 조건으로 한전의 자구노력과 장기적 체질 개선 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우선순위 측면에서 원가와 연동되는 요금 체계에 방점을 둔 것으로 읽힌다.
 
김 사장이 요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한 상황에서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결정을 앞두고 정부‧여당 내에선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그동안 채권 시장에서 논란이 됐던 한전채 추가 발행 문제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사채발행도 한계에 왔다"고 진단한 만큼 당‧정 내부에서 요금 인상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진환 기자

업계 안팎에선 추석 연휴 이후 정부 내부 논의 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관건은 인상 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정부는 요금을 kWh당 51.6원 인상해야 주장했지만, 지난 1분기는 13.1원, 2분기 8.0원 인상 후 3분기에는 동결했다. 기존 계획을 적용하면 4분기에는 30.5원을 인상해야 하는 셈이다.
 
4분기에 소폭 요금 인상에 그칠 경우 한전 적자 해소에 효과가 적고, 큰 폭의 요금 인상을 단행하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고심 중인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아직은 한전 사장과 산업부 장관 등 신임 수장들과 여당 쪽이 요금 인상안을 두고 공식 논의한 건 없다"면서도 "물가 인상과 한전 위기 등을 두고 기재부와 산업부 간 이견이 늘 있는 편이지만, 이번엔 국제 유가 변수로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분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치인 출신인 김 시장의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전문 경영인이나 교수, 공무원보다 정치인 출신 인사가 한전 수장으로 갔기에 요금 조정에 대한 추진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고, 다만 어느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올려서 민생에 주는 타격을 최소화할 것인지 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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