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돌며 농수산물을 대량으로 납품받은 뒤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하는 이른바 '탕치기'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무려 10년 넘게 같은 범행을 이어간 이들 일당은 다가오는 추석에도 '한탕'을 꾀하다 덜미를 잡혔다.
부산에서 수산물 유통업을 하는 장모씨는 지난 7월 뜻밖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자신을 서울시 산하 모 물류센터에 근무하는 팀장이라고 소개한 A(52)씨는 장씨에게 관공서나 학교 등에 수산물 납품을 제안했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판로였기에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장씨는 고등어와 명태 등 수산물 샘플을 A씨가 운영하는 충북 음성의 한 물류회사로 보냈다.
대금 지급도 신속했던데다 납품 물량까지 서서히 많아지면서 장씨는 A씨에 대한 믿음까지 생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속임수였다.
장씨가 A씨의 부탁으로 무려 1억원 상당의 수산물을 대량으로 보내자 그때부터 연락이 끊겼다.
장씨는 "처음에는 물품 대금 입금이 잘 됐고, 이런 저런 이유로 물량도 늘려 갔다"며 "그러다 A씨가 일본 원전수 방류 얘기를 하며 물량을 대량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물품을 보내자 잠적했다"고 말했다.
충북경찰청이 음성에서 접수한 같은 피해를 토대로 수사를 벌인 결과 이들의 범행은 단순 물품 대금 미납 사건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무려 10년 넘게 활동한 이른바 '탕치기' 조직이었다.
이들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는 와중에도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또다시 '한탕'을 꾀하다 결국 덜미를 잡혔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청주와 대천, 안산 등 전국을 돌며 농민과 소상공인 등 14명에게 모두 35억 원 상당의 농수산물을 납품받은 뒤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가명이나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서로의 신분마저 철저하게 숨겨가며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지난 2018년부터 서울과 안산, 대전 등에 유령법인을 설립해 범행을 계속한데다, 그동안 단순 물품 대금 미납사건으로 고소돼 벌금을 내거나 합의하는 방법으로 큰 처벌을 피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나머지 일당 2명에 대해 출국금지 등 추적에 나서는 한편, 이들이 현금화해 숨긴 범죄 수익금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박용덕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각종 농수산물의 대량 거래가 활발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이전 거래 실적이나 업체 대표, 계좌 명의가 일치하는지 등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