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치매 환자들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아직 제한적인 치료만 가능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마블 스튜디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토르'를 연기하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가 알츠하이머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영화 출연 횟수를 줄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2022년 대한민국 치매 현황'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매년 약 5만 명씩 증가해 올해는 100만 명에 도달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인 셈이다.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퇴행성 치매의 원인 질환 중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병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병은 1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많은데, 알츠하이머가 전체 치매 원인 중에서 60~7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는 주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65세 이하에서 발생하는 초로기(45~60세) 알츠하이머병 치매도 느는 추세다. 유전되는 가족형 알츠하이머병 치매도 30~40대에 드물게 발병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중 아밀로이드 가설이 핵심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르면 '베타 아밀로이드(β-amyloid)'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축적돼 뇌세포 간의 연결 고리를 끊고 뇌세포를 파괴하면서 알츠하이머가 발생한다. 초기에는 주로 건망증 등 가벼운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결국 여러 인지 기능이 떨어져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알츠하이머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길눈이 어두워지는 등의 기억력 저하다. 이외에도 성격 변화 및 행동장애가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발생한다. 병이 점차 진행하면 망상, 환각, 음식이나 돈에 대한 집착이나 특정 물건들을 주워 오는 행동 변화가 발생하는 등 보호자가 돌보기 힘들어진다.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치매 환자가 폭력적으로 성격이 변해 가족들의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시설로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약제는 증상을 호전시키는 증상 치료제와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고자 하는 질병변경치료(DMT)로 나눌 수 있다. 증상 치료제는 병 자체를 치료하지는 못하고 단지 인지기능을 개선시킨다.
의학계에서 가장 기다리는 것은 질병변경치료제다. 이중 아밀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약물이 가장 많이 연구됐고, 지난해 11월 '레카네맙' 약물이 3상 임상연구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고 알려졌다.
이 약물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앨 수 있고,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뇌 부종도 기존의 약물보다 적게 나타난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질환에서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약이 나왔다는 것에 의학계는 사실상 첫 치매 신약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기형 교수는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약제 개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제 치매 증상이 생기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어 알츠하이머병이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는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레카네맙은 상대적인 인지 저하 속도 지연에 있어 효과를 증명했기 때문에 '완치' 개념과는 거리가 있고, 일부 유전자형에서 뇌 부종 발병률의 상승, 가격까지 변수로 남아있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이에 생활습관을 개선해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 교수는 "운동, 음식, 술·담배 등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운동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됐다"며 "땀이 날 정도의 고강도 운동을 하루 최소 30분 이상 일주일에 3~4회 권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40세 이후부터 호흡이 가빠질 정도의 고강도 걷기 운동을 하면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에 대해서는 "야채, 견과류, 현미 등 잡곡류와 등푸른 생선이 도움이 되고, 육류, 패스트푸드, 튀긴 음식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그래서 치매를 '평생 조절하는 병'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