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 리그 C조 1차전에서 인도에 세트 스코어 2 대 3(27-25, 27-29, 22-25, 25-20, 15-17) 패배를 당했다. 대회 첫 경기부터 승리를 놓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날 한국은 인도보다 많은 공격 득점(83-67)을 가져갔지만 첫 승을 거둘 수 없었다. 인도와 블로킹 싸움(6-12)에서 완전히 밀렸고, 범실(36-19)은 약 2배 많이 쏟아내며 자멸했다. 세계 랭킹 격차를 보면 굴욕적인 패배였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금메달 사냥에 나선 한국은 수월한 일정을 위해 이날 승리가 절실했다. C조 1위에 올라야 대만, 파키스탄, 몽골이 속한 D조 2위와 12강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전날(19일) 캄보디아와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인도가 대회 2연승으로 C조 1위를 확정해 계획이 무산됐다. 결국 한국은 캄보디아와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2위에 올라야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
경기 후 임 감독은 "원하는 경기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경기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다음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패인에 대해서는 "저희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광인은 "아시안게임과 대표팀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아쉬운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배구 팬들에게 재차 사과했다.
인도가 비교적 약체로 꼽힌 만큼 방심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전광인은 "부담을 안 갖고 뛴 것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면서 "모든 선수들은 각자 부담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대회와 다르다는 걸 선수들이 잘 알고 더 미친 듯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동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전광인은 조 1위를 내준 데 대해 "그 다음 경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자초한 것"이라며 "힘든 길을 선택한 만큼 뚫고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터 황택의(국군체육부대)는 이날 아쉬웠던 점에 대해 "서브가 약하게 들어가서 미들 블로커들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서브 목적타만 잘 들어가면 경기 내용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주장인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황택의는 "결과는 아쉽지만 아직 예선 한 경기가 남았다"면서 "훈련 과정보다 경기 때 호흡이 더 잘 맞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 경기를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도의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선수는 "높이가 좋고 범실도 적었다. 서브 범실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면서 "(우리도) 잘 준비했지만 더 공격적으로 임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만큼 한선수의 말 한 마디는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선수는 "아시안게임은 매 경기가 결승이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오늘은 졌지만 내일 또 기회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잡아서 더 높이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이를 악물었다.
황택의 역시 주장으로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힘든 경기를 했지만 본선에 올라가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다들 힘냈으면 좋겠다"고 파이팅을 외쳤다.
전광인도 "일단 지더라도 끝까지 올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어 "메달보다 아시안게임이라는 대회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4년에 한번 열리는데, 올해는 5년 만에 열린 만큼 뛴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 후회 없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1일 오후 3시 30분(한국 시각) 열릴 캄보디아와 조별 리그 2차전에서 다시 첫 승에 도전한다. 캄보디아를 상대로 반등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