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공연에 오는 재미'를 위해 1415가 하는 일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밴드 1:1의 인터뷰가 열렸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됐다. '공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밴드'인 1415의 활동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끝이 어디쯤인지 기약할 수 없는 '강제 멈춤' 속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전단지라도 돌려볼까(오지현) 하는 생각도 했다.

1415는 지난달 23일 새 싱글 '트러블'(TROUBLE)을 내고 활동 중이다. '데이식스 키스 더 라디오' '권은비의 영스트리트' 등 라디오는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올해는 데뷔 후 처음으로 해외 공연도 경험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1415를 만나 길어진 공백기에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냅스!'가 2021년 12월 8일에 발매됐다. 그동안 웹툰 '제독의 괴물아내' OST에 참여하긴 했으나, 팀 차원의 신곡을 내는 건 1년 8개월 만이었다. 새로운 곡으로 대중을 찾기까지 이렇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할 줄은 당사자인 두 사람도 몰랐다고.

주성근은 "특히나 저희 같은 인디 밴드는 오프라인에서 뭔가를 하는 편이었는데 그게 다 사라져서…"라고 말했다. 오지현은 "전단지 돌릴까도 생각했다. 헬스장, 음식점도 마케팅할 때 전단지를 돌리는데 저희라고 뭐…"라며 "자주 의견을 제시했는데 아무도 안 들어주셨다"라며 웃었다.

눈에 보이는 신곡이 없다고 해서 1415가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다.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오지현은 "(음악을) 계속 스케치하고 (회사에) 들려드리고의 반복이었던 것 같다. 이 곡을 이렇게 내 볼까 저렇게 내 볼까 하고 회의, 회의, 또 회의를 거쳤다. 그래서 스케치 곡들이 되게 많이 쌓여 있다"라고 설명했다.

1415 오지현. 유니버설 뮤직 제공
주성근은 여러 악기를 접했다. 그는 "악기들을 더 해보고, 그전보다는 뭔가 조금 더 많이 준비하는 느낌이었다. 기타, 피아노, 드럼, 베이스 등 악기 쪽에 투자를 많이 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생각할 시간도 꽤 많았던 것 같다. 거의 군대 느낌으로? 그때 사람이 이 생각 저 생각 다 하는 시기인데, 오히려 지금 생각하면 활동을 다시 하면서 약간 고마움을 느낀다. 타의든 자의든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으니"라고 답했다.

스케치 단계의 곡도 많지만, 공연 목록(세트 리스트)에 올릴 정도로 만든 곡들도 상당하다. 공연에선 듣고 볼 수 있지만 아직 음원으로 정식 발매되지 않는 곡이 "되게 많다"(오지현). 주성근은 "제가 만들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걸 팬분들과 공유하는 거다. 저희가 앨범 안 내는 시기가 있는데, 저희 곡 중 새로운 곡 들어보고 싶다는 분들도 있어서 그런 식으로 하나씩 푼다. 공연에 오는 재미도 있어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오지현은 "원래 밴드들, 한 60년대 밴드들은 녹음을 한 번에 하는 원 테이크 방식을 썼다고 한다. 그 순간에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녹음하지 않고, 공연을 돌면서 곡을 가다듬는 거다. 미발매곡을 공연하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그런 방식이랄까. (곡을) 저희가 내고 싶다고 해서 (매번) 낼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6년.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는 팀이 되겠다 하는 방향성을 잡았을까. 오지현은 "이런 음악을 할 거야, 이건 없었다"라고, 주성근은 "좋아하는 걸 할 거다"라는 답을 내놨다. 주성근은 "(곡을 만들 때) 이런 장르를 해야지 하고 시작하진 않는다. 하다 보면 좋아하는 것들이 섞여서 나온다"라며 "저희가 어떤 장르만 듣는 게 아니라 여러 장르가 섞여 나오는 것 같다. 사실 요즘은 장르를 정해서 나오는 앨범이 별로 없지 않나. 저희도 그런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1415 주성근. 유니버설 뮤직 제공
언제 성장을 체감하는지 묻자, 오지현은 "(데뷔 앨범인) '디어 : 엑스'(DEAR : X) 앨범에서 조금 더 팝적인 사운드를 넣고 싶을 때 '냅스!' 앨범을 냈다. 예전에는 좀 더 팝스럽게 만들자고 하면 이미 있는 음악이나 대체 가능한 음악들이 나왔던 것 같다. 왜 우리 색깔이 안 나오지 싶어서 우리 식대로 하면 너무 팝적인 색이 약해진다든가. '냅스!'가 나왔을 땐 만족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트러블'은 어쿠스틱 하면서 팝적인 걸 하되 우리 색깔을 넣자는 생각이었다. 너무 어쿠스틱 해도, 너무 팝이어도, 너무 (우리) 색이 빠져도 안 돼서, 우리 색이 들어가는 걸 찾는 데 좀 시행착오가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지금 문화에서 지금 세대에서 나올 수 있는 음악에 한계가 있잖아요. 지금이 그런 뭔가 과도기 같아요. 정보량도 엄청 많고 들을 수 있는 것, 나올 수 있는 것도 많고요. 비슷하게 정보가 공유되면 비슷한 음악이 나오고, 나오면 바로 카피(복사)가 되다 보니까 조금 센세이션한 것에 대한 열망도 있고… '아, 진짜 나올 만한 거 다 나오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러다 AI(인공지능)가 나온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해서 어떻게든 재창조하려고 하는 거죠. 특이점이 왔다고 하잖아요. 그런 시대가 아닌가 싶은데, 저희도 대체가 되지 않는 걸 만들어 내려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오지현)

주성근은 "첫 앨범 녹음본, 원곡 느낌을 내기가 제일 어렵다고들 한다. 스킬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라 그때의 그 (정서적) 상태가 되기 되게 어렵다는 거다. 20대, 10대의 피부를 그리워하는 거랑 비슷하달까. 성대도 어떻게 보면 피부라고 생각한다. 음악도 잘 늙으면서 가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싱글 '트러블'에는 동명의 타이틀곡과 '커피'까지 총 2곡이 수록됐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
데뷔 초와 지금,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은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냥 에너지로 했던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연 주성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 넓지 않다 보니 거기에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란 것 같다. 이 시기, 이 나이,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들도 너무 많고. 그런 것들을 정리하면서 배울 건 배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다들 하지 않을까, 다른 직업의 분들도 각자 헤쳐 나간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1415는 데뷔 후 처음으로 태국에서 열리는 공연 무대에 올랐다. 주성근은 "전 세계 인디펜던트가 다 모인 느낌?"이라고 회상했다. "영어가 멍청이 수준"이라며 자신을 낮춘 오지현의 말에 이어, 주성근은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 정말 바보 같은 느낌이었다. 둘이서 말해놓고 '아, 하지 말걸' 생각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귀엽게 봐주셔서 너무 다행이었다. 영어를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브릿 어워드 수상'을 목표로 꼽은 1415. 지금의 목표는 무엇일까. 오지현은 "상 받고 그런 것보다 저희가 만족하는 음원을 계속 낼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게 괜찮게 들릴까, 설득력이 있을까 한다. 여러 시도를 해 나가고 싶다"라고 답했다.

2023년이 가기 전에 해 보고 싶은 것을 물으니 오지현은 "드디어 앨범을 낼 수 있게 돼서 너무 다행이다. 빨리 다음 곡들을 준비하고 싶다. 저희는 항상 한 달에 한 번씩도 내고 싶기 때문에"라고 밝혔다.

주성근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긴 한데 앨범은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 전후로 크리스마스다운 노래를 하나 내고 싶다"라며 "이제 막 다시 활동하는 시기라서 '너무 많은 것들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연도 활동도 그(올해) 안에 엄청 많은 것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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