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푸틴 30분 기다렸다…10월 한반도 외교전 치열

북러정상회담의 의미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 눈길
김정은 귀국 후 10월부터 치열한 한반도 주변 외교전 예상
김정은 전격적 방중? 푸틴 답방 시기는? 중러, 미중정상회담도 관심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5박 6일 러시아 방문이 종료됐다. 이번 방문과 회담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몇 가지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회담 

김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렸다. 국제사회에서 '지각대장'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이 30분 먼저 도착해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우주 기지라는 회담 장소와 푸틴 대통령의 깜짝 의전은 북러 밀착을 세계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그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왔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전략 폭격기를 만져보는 김정은

보스토치니 회담이후에는 전략무기 시찰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정은은 첨단전투기를 제조하는 유리 가가린 공장에 이어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서는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이 장착된 미그기를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또 전략폭격기의 날개 아래 핵탄두를 장착하는 부분을 머리를 들고 유심히 바라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장면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바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안보협의회에 참석한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을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안내해 전략폭격기 B-52와 B-1B의 핵탄두 탑재부분을 공개한 사진과 구도가 똑같았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략폭격기가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받은 선물은 총·우주장갑·드론

러시아 전통 방한용 모자 선물 받은 김정은. 연합뉴스

김정은과 푸틴이 서로 교환한 선물은 '총'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최고급 러시아제 카빈총과 함께 러시아 우주인들이 착용하는 우주복 장갑을 선물했고, 김 위원장 역시 북한의 최고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는 카빈총을 푸틴 대통령에게 건넸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로부터도 자폭 드론 5대, 정찰 드론 1대, 열화상 카메라에 감지되지 않는 특수복과 방탄복 등을 선물로 받았다.
 
이런 상징적인 장면들은 두 정상이 회담에서 선언한 '전략적 협력관계로의 전환'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오른 18일 "조로관계의 강화발전사에 새로운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양국관계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는 시기"라고도 했다.
 
이런 북한의 자체 평가에 대해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을 얻는 것 외에 장기적으로 기대할 것이 크게 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첨단 군사기술 지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두 나라 관계를 무기 거래와 경제 협력 등 이해타산을 중심으로 한 단기적인 관계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반론이 많다.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김정은·푸틴.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 모두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패권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 즉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예전에는 한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관계였는데 이건 이제 공허하게 됐고,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시대가 열렸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한 미국과 러시아, 한미와 북러의 대립이 계속 심화될 것이고, 한미일 공조 또한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들로 북러 협력관계는 더 심화되고 앞으로 수년 간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위성락 대사는 특히 "러시아도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고 말리지만, 전략적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북러 관계를 심화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복잡한 방정식으로 북한의 핵무장이 여기까지 온 것이고, 따라서 두 나라 관계를 볼 때 작은 요인과 중요 요인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완성시키는 데는 향후 중국의 동향이 중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 자체도 양국의 협력만이 아니라 중국의 동참과 연대를 압박해 북중러 협력구도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중러 3국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또는 반대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나 회담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18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왕이 부장과 설리번 보좌관의 회담에서는 오는 11월 미중 정상회담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왕이 부장과 라브로프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10월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이에 따른 시진핑 주석과의 중러 정상회담 일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러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의 일정 속에 푸틴 대통령이 약속한 북한 답방 일정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한 만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도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은 "오는 10월과 11월에 중러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북러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이 연달아 개최되는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며, "이런 외교전을 통해 이번에 합의한 북러 협력의 수준, 북중러 3국 연대의 수준도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