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식 자체가,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결혼했어요' 등의 (TV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지금은 '나는 솔로', '돌싱글즈' 등 남이 연애하는 프로만 보게 만들어요.
(저는) 결혼이 어려우면 '연애라도' 하라고 (얘기)하는데, 그걸 하려고 하는 청년들에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BS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인구와 기업, 그리고 성장'에 연사로 참여한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 방향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공주택 분양 시 다자녀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을 펴는 타깃이 이미 아이를 낳았거나 임신·출산을 준비 중인 기혼 부부로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불필요하단 게 아니다. 출산의 사전단계 격인 연애·결혼부터 위축되면 이같은 '사후적 지원'은 작년 기준 0.78명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반등에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날 3부 포럼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의 답은 결혼에 있다'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 대표는 결혼을 원하고 실제로 상대를 만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는 청년들에 대한 구체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성혼 건수가 곧 성과가 되는 회사의 대표라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소위 'MZ 세대'는 더 이상 박 대표 세대처럼 결혼을 당연시하거나 출산의 전제가 꼭 결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비혼(非婚) 출산은 아직 전체 대비 약 3% 정도에 불과하며, 이 파이를 늘리는 게 전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유의미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관련기사: '혼외출산 2%'인 韓…비혼 출산이 초저출산 대안? "글쎄").
박 대표는 "결혼이 '선택'으로 가버리는 경향이 우리만의 일은 아니지만 한국은 (그 변화가) 너무 급하고 빠르다. 또 비혼출산자들은 힘들게 살아야 되는 게 우리 사회"라며 "(대체로) 아이는 당연히 결혼해서 낳자는 인식인데 결혼 자체를 안 하니 출산율이 오를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니 당국에 던지고 싶은 질문은 "왜 결혼 전 준비과정에 대한 지원이 없는지"다.
그는 "얼마 전 반려동물의 의료비 부가세를 면제해준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결혼정보 회사는 이용 시 부가세가 붙는다"며 "결혼하려고 돈 들여가며 사람을 만나려 하는 이들한테까지 부가가치세를 받아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하다못해 정부가 '소득공제'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문화생활은 소득공제가 다 되지 않나. (정부 차원에서) 문화생활이 중요한가, 결혼을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한가"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혼을 하고 싶어하게 만들면 안 될까. 만남이라든가 결혼에 대한 인센티브를 촘촘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결혼이 재력을 포함해 일부 여건이 좋은 이들의 희망사항으로 양극화된 현실도 짚었다.
박 대표는 "저희한테 와서 결혼하겠다고 하는 친구들은 '스펙'이 대단하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친구들이 그 성공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결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누구나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형편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이 '손해'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서는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거기서 오는 성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청년층은) 진짜 결혼이 싫어서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결혼' 정도를 할 수 없다면 포기하겠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나에게 '베스트 핏(Best fit)'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내가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높아진 스탠다드도 있는 것 같다"고 공감했다. 또한 "하나의 위계적 모델만 있는 사회에선 저출산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존중되고, '내가 그런 삶을 선택해도 크게 나쁠 게 없다'고 수용되는 사회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아울러 결혼에 따르는 순기능과 혜택이 '가시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아이를 안 낳아서 대한민국이 망한다, 이게 아니에요. 결혼정보회사 대표라고 '결혼하면 행복하다'는 얘기는 못 해요. 다만 결혼을 통해 가족을 만들면 애착할 대상이 만들어지면서 심리적으로 충분하게 '릴렉스'되고 행복해질 확률이 더 높다는 건 여러 연구 결과로 나와 있어요."
28년째 결혼을 원하는 이들을 커플로 매칭시키고 있는 그는 "한 달에 한 180~200쌍의 결혼을 성사시키고 있다. (이 부부들이) 최소 한 명 이상은 아이를 낳았을 테니 저희가 만들어낸 출산인구가 충북 진천군 정도는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태아의 초음파 동영상 녹화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마미톡'을 운영하는 휴먼스케이프의 장민후 대표는 스타트업이 임신·육아 관련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정책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보도자료나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임신·육아 정책들이 홍보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 '딜리버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다"고 밝혔다.
가령 서울시가 진행 중인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마미톡을 활용해 9만 1242회 '푸시(push) 알림'으로 훨씬 많은 산모들에게 정책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마미톡이 출시 3년 만에 70만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데엔 임신 시 건강부터 육아정보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던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장 대표는 "연간 신생아 1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소아 척수성근위축증(SMA) 관련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발달 관련 체크리스트를 의료진과 함께 만들어 엄마들이 매일 가볍게 체크하다 보면 안 좋은 예후를 보이는 경우 바로 알림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바티스와 협업 중인 이 캠페인에 대해 "결혼해서 아이를 갖겠다는 것도 힘든 결심인데 (아이가) 희귀질환까지 걸린다고 하면 걱정할 게 너무 많아지지 않겠나"라며 "가족 건강 관련 걱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경감시켜 드리는 데 도움을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20년 동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책들을 많이 내세웠는데, 생각해보면 그 사이 (민간) 서비스와 정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정책은 비슷한 것들을 계속 확대하거나 늘리거나 개선하는 데 그쳤던 것"이라며 "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