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7일 요소수 원료인 요소 수출을 금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 또다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충분한 요소수가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2021년에 이은 '제 2의 요소수 대란'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14일 요소수 수급 관련 브리핑에서 "현재 연말 정도까지 사용 가능한 충분한 요소와 요소수가 비축돼 있으며, 추가 도입 예정 물량까지 고려하면 내년 초까지 사용하는 데 충분한 물량이 확보될 것"이라고 '이상무'를 선언했다.
하지만 2021년 요소수 대란을 경험한 중간 상인과 주유소, 화물차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혹시 모를 대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요소수를 미리 비축해두려는 소비 심리가 나타나며 요소수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이날 서울 서부화물터미널에서 CBS 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택배 운전기사 A씨는 "지난주쯤부터 주유소 기준으로 요소수 가격이 20~30% 올랐다"며 "가격이 얼른 진정되지 않으면 기사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운송업체의 운송기사인 B씨도 "며칠 전에 주유소에서 요소수 10리터당 가격이 2천 원~3천 원 정도 오른 걸 확인했다"며 "매일 장거리를 다녀서 요소수 소비량이 많은데 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된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커머스 전문기업 커넥트웨이브의 가격비교 서비스 다나와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일~12일 판매된 요소수의 거래액과 판매량은 전주 같은 기간(8월30일~9월 5일) 대비 각각 1700%, 1322% 증가했다. 현장의 요소수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 발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천대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요소수 대란 당시 힘든 경험을 했던 소비자들이 앞으로 요소수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 예상되니까 미리 대비해 비축해두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안 심리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상승과 함께 요소수 공급이 축소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양천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 직원 C씨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안 한다는 기사가 나온 뒤로 운송기사들이 요소수를 많이 사두려고 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공급 업체에서 주유소로 요소수 공급이 잘 안 돼 다른 고객들에게는 요소수가 품절됐다고 말하고 단골 고객들에게만 1병씩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간 유통업체가 높은 이익을 목적으로 물량을 쥐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B씨는 "원래는 물류회사가 매달 중간에 납품업체에게 일정한 양의 요소수를 공급 받아서 기사에게 전달해줬지만 갑작스럽게 일이(요소 수출 중단 소식) 벌어지면서 지금은 납품업체가 공급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간 유통업자들이 물량 공급을 줄이고 사재기를 해 가격을 올려서 팔려고 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 대전지부 김경선 본부장은 "주변 동료 기사들이 요소수를 미리 확보해 놓으려고 기존 거래업체에 요소수를 미리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을 당한 일이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중간 업자들이 마진을 보고 물량을 잠그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또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현장 상황은 많이 다르다"며 "기사들은 요소수가 없으면 일을 못하는데 2021년 요소수 대란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대책 없이 문제가 없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