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총파업 출정…"퇴근길 벌써 매진" 시민들 우려도

14일 오전 9시~18일 오전 9시 총파업 돌입
'수서행 KTX 투입', '공공철도 확대' 등 요구
"오후 2시부터 춘천 가는 기자 매진되더라"
출근 열차 운행률 90% 혼란 크지 않을 듯

전국철도노조가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전국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14일 큰 혼란은 없었지만 열차를 이용하는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12시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총파업 돌입 출정식을 열고 "이날 오전 9시부터 오는 18일 오전 9시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파업', '철도민영화 정책중단! 수서행 KTX운행'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공동파업 승리하여 민영화를 막아내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투입, 공공철도 확대 △1일부터 증편된 부산~서울 KTX 종착역 수서역으로 변경 △KTX와 SRT 고속차량 통합 열차운행 △4조2교대 전면 시행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철도노조는 "철도 쪼개기 10년의 결정판은 9월 1일 국토부발 철도대란"이라며 "그들은 단 한 번의 공청회나 의견수렴 없이 하루 최대 4920개의 좌석을 축소해 열차대란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선 410석, 대전 1054개의 좌석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국토부의 좌석할당은 울산과 신경주, 김천구미, 대전지역의 열차 이용을 힘겹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민불편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은 수서행 KTX다. 국토부가 수서~부산 노선을 감축하며 증편한 KTX 시종착을 수서역으로 하면 된다"며 "KTX와 SRT 연결 운행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KTX와 SRT 운임차별을 해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전국에서 지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서울, 부산, 대전, 영주, 광주송정역 등 전국 5개 거점에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총파업에는 필수유지인력 9천여 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 3천여 명이 참석했다.

출근 시간대 운행률 90%…큰 혼란은 없어


이날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이용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 운행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해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업 영향으로 열차가 일부 감축 운행돼 평시대비 76.4%가 운행되고 있다. KTX 76.4%, 여객열차 68.1%, 화물열차 26.3%, 수도권전철 83%다.

다만 수도권 전철은 출근 시간대는 90% 이상, 퇴근 시간대에는 80% 이상 운행한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들은 퇴근길이 늦어질까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곳곳에는 파업으로 인한 열차 일정 변경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서울역 일부 열차 운행 변경 안내. 김정록 기자

전광판에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전동열차 운행조정 및 열차지연 예상'이라는 안내문이 띄어져 있었다. ITX 열차 안내표에는 취소된 열차 일정에 'X' 표시가 그어져 있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ITX 열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임의석(51)씨는 동대문구 청량리역에서 기자와 만나 "오늘 이상하게 기차가 낮 시간이 다 매진되더라"며 "보통은 그렇지 않는데 (파업 때문에 퇴근이 걱정돼) 미리 이동하는 것인지, 오후 2시부터 춘천 가는 기차가 매진돼 이상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남은 파업 기간 출근을 걱정하는 시민도 있었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고다인(42)씨는 "내일이 문제인 것 같다"며 "항상 오전 6시 41분 열차를 타고 출근하는데 열차 운행을 안 한다고 하더라. 이 열차 아니면 오전 6시 17분 열차밖에 못 탄다"고 말했다.

파업의 여파로 취소되는 KTX 열차가 생기면서 전전긍긍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업무상 동대구역으로 가는 김씨는 자신이 타는 열차 바로 직전과 직후 열차가 취소됐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파업으로 인해 취소된 ITX-청춘 열차 일정표. 양형욱 기자

코레일 애플리케이션을 보던 김씨는 "저야 운이 좋아서 탔지만 지금 보면 엄청 취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에 업무상 내려가는 사람이 취소가 됐으면 어쩔 뻔했나"며 "전날 확인하고 표가 없으면 미팅을 포기하거나 수정해야 하는데 (나였으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여행을 온 외국인들도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당황했다. 호주에서 온 에이미(23)씨는 "오전 9시 부산행 열차였는데 취소되고 오후 12시 넘어서 가게 됐다"며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다음 열차를 안내해 줬다"고 말했다.

다맘 시민들은 이러한 불편에도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기도 했다. 60대 황영기씨는 "노조에 가입한 사람도 그렇고 노동자들도 불편한 점이 있으니까 파업을 하는 것"이라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합법적인 방식이라면 (불편을) 감수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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