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진아는 12일 저녁 6시 새로운 정규앨범 '도시의 속마음'(Hearts of the City)을 발표했다. 세 번째 정규앨범은, 두 번째 정규앨범 '진아식당 풀코스(Full Course)' 이후 5년 만에 나왔다. 아마 모든 뮤지션이 그럴 것 같다며 자신도 곡을 빨리 내고 싶었다는 이진아는 본의 아니게 슬럼프를 겪게 돼 신작이 늦어졌다고 털어놨다. 원래는 새 정규앨범을 지난해 말에 내는 게 목표였다고.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진아는 "쉬는 기간이 꽤 길어졌다. 그래서 좀 다스리는 기간 가지고 다시 자신감을 얻고 최대한 빨리 낸 게 이번 9월이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총 12곡이 실렸다. 곡을 쓰기 시작한 건 1년 반 정도, 녹음에는 4~5개월가량 걸렸다.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감을 얻은 계기는 여행이었다. 지난해 가을 혼자서 50일 동안 미국 여행을 떠났다. 이렇게 길게 해외에 머무른 건 처음이었던 만큼, 이진아에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는 "음악이 너무 좋고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좀 용기도 안 나고 똑같은 것 같고 내가 쓴 노래도 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고, 제 이상향은 이렇게 높이 있는데 제 실력은 저 밑에 있는 것 같고 자신감이 떨어졌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여행하면서 음악을 사랑하면서 멋있게 연주하는 분들을 보고 다시 힘을 얻고, 쉬니까 '인제 그만 놀아야겠다' '더 열심히 음악 해야겠다' 하고 확실히 에너지가 많이 생기고 올해 열심히 곡을 썼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내쳤던' 노래를 다시 가지고 왔다고 해서 궁금했다. 앨범 작업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이진아에게 자신감을 줬던 곡이 있었는지. 그러자 이진아는 "노래로 자신감은 갖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용기를 다시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여행을 갔다 오기도 했고, '다시 해도 되겠다' 싶었다. 저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용기를 얻었고, 만들어놨던 곡을 다시 들어보니까 '어? 왜 이걸 싫다고 했을까? 좋은데?' 했다. 마음이 바뀌니까 곡도 다시 좋게 들렸다"라고 답했다.
'도시의 건물'과 '미스테리 빌리지'(Mystery Village)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노래다. 이진아는 "'도시의 건물'은 현재 사는 도시를 그냥 진짜 실제적, 현실적으로 만든, 현실에서 쓰는 일기 같은 느낌"이라며 "'펑크 리프'라는 리듬 이름이 있는데 펑크 요소를 이용했고 피아노를 치면서 '이런 게 도시적인 느낌 아닐까?' 하며 만들었다. 기초를 쌓고 가사 붙이고 멜로디도 만들며 완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동화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꿈꾼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라고 소개한 '미스테리 빌리지'에는 '신비로운 거울 손에 꼭 쥐고 있네'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진아는 "저희가 도시에서 핸드폰을 굉장히 많이 쓰지 않나. 핸드폰을 신비로운 거울이라고 표현했다"라며 "알게 모르게 생겨나는, 세상이 주는 가치관이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어서 그런 거에 너무 휩쓸려 살지 않게 눈을 뜨라고 하는, 동화적으로 만들어 본 노래"라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도시'라는 주제를 정하고 곡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한 곡씩 만들다 보니 도시와 연결할 만한 결과물이 많았다. 그래서 앨범명이 '도시의 속마음'이 됐다. '시티 라이츠'(City Lights)는 야경, '미드나잇 딜리버리'(Midnight Delivery)는 심야 배달을 연상케 하는 곡이다. 이중 '미드나잇 딜리버리'는 '도시의 속마음'이라는 앨범에 좀 더 잘 달라붙도록 제목을 수정했다.
이진아는 "원래는 '마이 레이지니스'(나의 게으름), '야식귀신'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너무 앨범명이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제목만 순화해서 영어로 멋있게 바꾸었다. 나머지는 다 원래 제목으로 썼는데 (곡끼리)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되게 신기하다. 연주곡이지만 '나의 야식'을 생각하며 들으면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너가 집에 오면 난'은 앨범 수록곡 중 "진짜 일기 같고 되게 엄청 솔직한 노래"다. 이진아는 "멋있는 음악이라기보다는 귀여운, 솔직한 메시지가 있는 카톡 같은 음악이다. 그런 건 하룻밤에 만들어진 곡이다. '말'이란 노래도 버스(verse, 절) 부분은 한 번에 만들어진 노래"라고 설명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창작의 영감을 일상에서 받는다고 했던 이진아. 일상도 중요한 재료지만, '상상력'도 자양분이 된다. 그는 "뻔할 수도 있는, 오랫동안 지내왔던 이곳(도시)에서 재밌는 걸 찾아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며 "뭔가 상상하는 편인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 더 좋지만, 못 한다면 작은 것들을 (보고) 상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도시의 속마음' 출발점이 된, 인상 깊게 남은 도시의 풍경이 있을까. 그는 "여의도 연습실이 있는 한강 산책로. 그쪽이 뉴욕 같은 되게 멋있는 야경이더라"라며 "혼자 최면 거는 걸 수도 있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되게 재밌는 걸 찾는 것 같다. 요즘 되게 귀여운 카페나 소품 샵도 많지 않나. 골목골목 있는 고양이, 아니면 누가 해 놓은 낙서라든가, 지나가는 할머니 보면 다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식으로"라고 답했다.
평범해 보이는 장면에서도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건, 창작에도 도움이 된단다. '어떻게 하면 좀 재밌게 살 수 있을까' '같은 하루를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한다. 단, 이진아는 허무맹랑한 상상만 하는 건 아니라며 "좀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상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