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범도 지우기' 근거됐던 육사 종합발전계획은 원래 없었다

정보공개 청구에 '정보 부존재' 답신…국방부, 또 거짓말 논란
"캠퍼스 종합발전계획 일환으로 기념물 재정비" 설명과 달라
종합계획 내용 공개되면 '육사 이전' 공약과 배치되는 딜레마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가 교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의 배경으로 제시했던 캠퍼스 종합발전계획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범도 흉상 문제와 관련한 군 당국의 거짓말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육군본부는 14일 육사 종합발전계획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정보 부존재'라고 답신했다.
 
육군본부는 "(요청한 종합발전계획은) 중기발전연구서로 기념물 재정비 사업에 대한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면서 "즉, 종합발전계획상 흉상 이전과 관련된 내용은 없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방부의 기존 설명과 크게 배치된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유에 대해 지난해 11월 육사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교내 기념물 재정비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지난달 말 홍범도 흉상 문제가 불거진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도 수차례 육사 종합발전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 내용과 작성 경위 등을 묻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해왔다.
 
하지만 정보공개 청구 결과 종합발전계획과 흉상 이전은 무관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방부와 육군이 국민을 계속해서 기만해왔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홍범도 흉상과 관련한 군 당국의 허위 주장은 이미 여럿이 있다. 국방부는 홍 장군 흉상 철거 이유 중 하나로 '자유시 참변' 연루설을 제기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국방부 소속 전쟁기념사업회와 국가보훈부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은 홍범도 장군을 오히려 자유시 참변의 피해자로 공훈록 등에 기록했다.
 
홍범도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학계‧전문가 등과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는 국방부 설명을 반박했다. 연락 받은 사실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 홍 장군이 소련공산당의 핵심 당원이고 유력 인사라면 (스탈린의 강제이주로) 아랄해에 가까운 카잘린스크라고 하는 시골로 70세에 가까운 노인을 보내버리겠나"라며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한편 표면적인 정보공개 결과와 달리 육사 종합발전계획이 실제로는 비공식적으로나마 존재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종합발전계획 수립 사실과 내용이 공개될 경우, 국방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육사 이전' 대선 공약을 정면으로 거슬렀음을 자인하는 결과가 된다.
 
육군은 어차피 이전할 육사가 종합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은 예산 낭비 아니냐는 등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애써 강변해왔다.
 
홍범도 흉상 파동은 한동안 잠잠했던 육사 이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방아쇠 역할도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국방부와 육사가 (육사 내) 한미동맹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육사 이전을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는 등 해당 지역 민심도 격앙돼있다.
 
결국 국방부는 육사 종합발전계획의 존재를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서 차라리 '거짓말'이라는 고육책을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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